쿠팡 판매자 대출 182억… ‘고금리 갑질’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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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판매자 대출 182억… ‘고금리 갑질’ 논란 확산
금감원, 쿠팡파이낸셜 검사 착수 최대 年 18.9% 금리로 1958건 판매 평균 14.1%…이자수익 7억~8억 추정 정산금 채권을 상환 재원으로 묶어 담보 있는데 신용대출로 금리 적용 우월적 지위 이용해 고리 챙긴 의혹 일각선 “증·저신용자 상품 감안해야” 쿠팡페이 정보 유출 12일부터 검사
쿠팡이 플랫폼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대출상품을 두고 ‘고금리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상품이 반년 만에 누적 182억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명륜진사갈비도 가맹점주 대상 고금리 대출사업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플랫폼업체와 가맹점주의 ‘이자 장사’에 대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11일 금융당국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일부터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최근 쿠팡 등을 플랫폼 사업자를 ‘포식자’에 비유하며 “상도덕적으로 갑질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나온 조치다. 당국은 ‘판매자 성장대출’ 금리 산정 체계가 적정했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말 출시한 이 상품은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을 대출하고 최대 연 18.9%의 금리를 적용했다. 금감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대출 상품은 출시 이후 12월까지 총 1958건 판매돼 누적 대출금액은 181억7400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전체 평균 금리는 14.1%로, 7∼12월 판매 기간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7억∼8억원 수준의 이자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상품을 판매한 쿠팡파이낸셜은 쿠팡의 금융계열사로 2022년 할부금융업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의 배송 차량 조달을 위한 내부 금융상품뿐 아니라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자금 대출 상품 등도 운영해왔다. 쿠팡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런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쟁점은 쿠팡파이낸셜이 얼마나 판매자의 상환 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할 시스템을 갖추고 금리를 정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쿠팡파이낸셜이 입점업체의 정산금 채권을 사실상 상환 재원으로 묶어두는 구조를 취하면서도, 해당 상품을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처럼 판매한 것 아닌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정산금에서 원리금을 우선 회수하는 구조를 지녔음에도, 담보 없이 신용만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신용대출 금리를 적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명륜진사갈비 가맹본부인 명륜당 사례와 유사한 구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나 입점 업체에 자금을 빌려주고 고리를 챙기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쿠팡의 대출 상품은 일반적인 선정산 대출과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선정산 대출은 이미 판매가 완료돼 받을 돈이 확정된 채권을 담보로 한다. 회수 위험이 낮아 연 4~5%대 금리가 적용된다. 반면 논란이 된 쿠팡 상품은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예측해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 신용대출 성격을 띤다. 담보가 없는 만큼 리스크 비용이 금리에 반영됐다는 게 쿠팡 측 입장이다.

실제 쿠팡파이낸셜 이용자의 89.4%는 신용평점 하위 50%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로 나타났다. 1금융권이나 2금융권 대출이 거절된 영세 사업자가 다수 포함돼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대신 매출이 감소하면 상환을 유예하고 연체 이자를 받지 않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쿠팡 측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제도권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한 영세 판매자들에게는 급전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또 다른 자회사 쿠팡페이에 대한 검사도 12일부터 진행한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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