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해외 기술 차용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인공지능(AI) 기술 자립이라는 사업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모델 차용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아무 입장 발표 없이 평가위원에 의존하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만 아니라 조만간 1차 탈락자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향후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하는 5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평가단에 공개한 AI 모델 사이트를 당초 계획했던 지난 9일 오후 6시까지 운영에서 11일 자정까지로 연장했다. 전문 평가단이 각 컨소시엄의 모델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를 54시간 연장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심사는 전문평가위원들에게 맡기겠다"면서도 AI 모델 평가 기간을 당초보다 연장하면서 고심에 들어간 모습이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최근 불거진 일부 컨소시엄의 독자 기술력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스테이지,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까지 5개 정예팀 중 3개 팀에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차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평가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정부 입장도 난처해진 건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사업은 2027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사업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지원 등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중국 모델 차용 논란이 날로 격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이번 논란에 대해 별도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의 양심과 전문성에 맡겨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에게 전문가평가표를 사전에 전달했고, 다각적으로 평가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평가에 정부가 관여하면 전문위원들을 둔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업 공모 안내서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해외 모델 미세조정(파인튜닝) 등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의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수행한 국산 모델(타사 모델에 대한 라이센싱 이슈 부재)'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활용한 해외 AI 모델들의 라이센스 규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제기된다.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해외 AI의 기술력을 일부 차용했을 경우 적어도 기술 원천을 제공한 해외 AI 회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AI의 사용 대가를 급격히 올리거나 사용을 아예 막아버리면 AI 기술 주권을 확립한다는 사업 취지 자체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업스테이지와 SKT가 중국 모델들에서 갖다 쓴 것은 '추론(인퍼런스) 코드'고 네이버클라우드는 비전 인코더와 가중치를 썼다. 추론 코드는 라이센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의 입장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중국 큐웬 모델의 추후 라이센스 정책 변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체 기술로 바꾸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참여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글로벌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부정행위를 한 실격 대상"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눈치를 보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의 시작일 뿐 5개 컨소시엄이 지금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AI 기업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국가대표 AI는 중국 건물에 도배만 계속 새로 하는 꼴"이라면서 "결국 진정한 독자 AI를 위해서는 정부가 늦었지만 아키텍처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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