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에 충격” 현장 다큐감독 PTSD 호소 [심층기획-서부지법 점거 난동 1년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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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에 충격” 현장 다큐감독 PTSD 호소 [심층기획-서부지법 점거 난동 1년 추적기]
불구속되자 “좌파” 신상 털고 조롱 “사상 검증 당해” 대인기피 시달려
지난해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담을 넘은 이들의 행위는 같아도 목적과 이유는 달랐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피고인 중에선 ‘기록’을 위해 법원에 들어갔다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재판 중엔 ‘구속영장 반대’를 외친 피고인들에게 공격받았다.
지난 2025년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이를 진압하고 있다. 뉴스1 사건 당일 영화 제작을 위해 현장을 촬영했던 정윤석(45) 다큐멘터리 감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판정을 받았다. 정 감독은 “광우병 집회, 박근혜 탄핵 집회보다 폭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재판부는 정 감독의 촬영행위를 ‘예술활동의 일환’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 경내에 들어간 건 범죄였다. 건조물침입죄 위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 감독은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국가의 예술인 지원사업 등을 할 수 없어 생계에 큰 타격이 생긴다”면서 “이명과 공황장애를 얻어 치료 중”이라고 호소했다.

법정에선 다른 피고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1심에서 피고인 60여명과 재판받은 정 감독은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다. 공판 내내 ‘좌파 감독’이라는 딱지가 따라왔다. 함께 기소된 유모(54)씨는 “좌파는 불구속, 우파는 구속”이라며 “정윤석을 빼낸 좌파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다른 피고인 변호사가 정 감독 측을 향해 “빨갱이 변호사가 들어와 설쳤다”는 발언도 했다.
지난 2025년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한 중년 남성 유튜버 김모씨도 PTSD와 대인기피증·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채증’을 위해 법원에 들어갔다는 김씨는 “건물을 때려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모습이 사람처럼 안 보였다”고 말했다. 사태 당일을 회상하며 “가담하지 않아 폭도들에게 세 번이나 ‘사상검증’을 당했다”고도 했다.

한편으로는 피고인들을 이해한다고 했다. 김씨는 “법원 안으로 밀어넣은 사람들은 피해 안 받고, 휩쓸려 들어간 사람들만 징역형까지 산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도 영치금 주면서 이들을 ‘자유 투사’라고 위로하는 사람이 폭동의 진짜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공동 피고인이 되면서 나는 어떤 점에서 저들과 다른가를 고민했다”며 “민주주의가 여성과 중국인에게만 좋다는, 그래서 불평등하다는 젊은이들의 불만을 전광훈과 황교안 등이 뭉뚱그려 좌파라고 지목했다. 이런 점에서 국민 저항권 서사가 발전했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취재=윤준호·이예림·소진영 기자, 사진=남정탁·최상수 기자, 편집=서혜진·도진희 기자, 그래픽=권기현·손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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