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연말 외환당국의 안정화 조치에 142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서서히 상승 폭을 키워 12일 장중 1470원을 돌파했다.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며 달러 강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엔화 약세와 식지 않는 해외주식 투자 열기 등이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시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8원 오른 1,468.4원(15:30 종가)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오후 3시30분)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1468.4원으로 집계됐다. 3.7원 오른 1461.3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점차 상승해 장중 한때 147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외환당국이 지난달 24일 강력한 구두개입과 함께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등 총력 대응에 나서자 환율은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하락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정부의 단기 대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내려갔으나, 연초부터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잇따라 발생하며 달러 수급의 균형추를 흔드는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4.4%로 시장 전망치(4.5%)를 밑돈 점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꺾으며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조기 총선 가능성·재정 불안 우려로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맞물렸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8.199엔까지 올라 지난해 1월10일(158.877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는 실업률 하락에 초점을 맞추며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베팅 축소, 국채금리와 달러지수 상승으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압송한 데 이어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달러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점도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9일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총 19억4217만달러(약 2조84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준 통계가 있는 2011년 이래 최대치로, 전년 동기(13억5794만달러)보다 43%나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이날 국내 주식을 351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