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방일에 담긴 일본의 계산..."미국 붙잡고 중국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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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방일에 담긴 일본의 계산..."미국 붙잡고 중국 견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이번 회담을 단순한 양자 외교 일정이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신고립주의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일본의 핵심 과제라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의 최대 목표로 “미국을 동아시아에 계속 관여하도록 붙잡아 두는 것”을 꼽았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을 ‘돈로주의’로 규정하며,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에 직접 노출된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관여가 안보에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북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된 이후 일본 지방에서 한국 대통령을 단독으로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일 관계가 안정적인 상태에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정상회담 장소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라는 점에 우선 주목했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의 지방 도시를 방문한 것은 2011년 이후 약 14년 만으로, 외무성 간부는 이를 두고 “정상 간 상호 방문이라는 셔틀 외교가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대만 유사 사태 발언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관계만큼은 미래 지향적으로 안정돼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중국이 요구한 역사 문제를 매개로 한 대일 공동 대응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아사히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고 평가하며, 중·일 대립 국면에서 한국이 균형 외교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일본에는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회담을 ‘셔틀 외교의 착실한 실행’으로 규정하고, 한·일 관계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역대 일본 총리들이 외교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지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회담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노리는 ‘다카이치 정권의 국제적 고립화’ 시도를 차단하고, 한·미·일 협력의 축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공급망과 경제안보, 중국의 군민양용 물자 수출 규제 강화 문제 등 실무 현안 역시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아주경제=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imzheeimzh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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