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풀어 환율 눌렀더니… “저점 매수” 주식 더 사들인 서학개미 [환율 다시 147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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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풀어 환율 눌렀더니… “저점 매수” 주식 더 사들인 서학개미 [환율 다시 1470원대]
외환보유액 28년 만에 큰 폭 감소 미국 주식 순매수액 23.6억달러 통계집계 후 최고치… 환율 재상승 환전수요·기업 달러보유 등 영향 비과세·세제 지원책도 소용없어 5대 은행 달러예금·보험도 급증 “환율방어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근본 원인 해결없인 위험성 커져”
정부가 지난해 말 쏟아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 효과는 새해 들어 사실상 증발했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과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 국민에게 특히 민감한 ‘외환보유액’까지 원·달러 환율 방어에 동원됐으나, 효과가 없었다.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 끌어내리기 대책은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미국 주식을 싸게 살 기회’로 여겨졌다. 달러 저가 매수 열풍 속에 수급 불균형이 심화했고, 결국 환율이 다시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올랐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려고 지갑을 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이란의 군사적 긴장과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유권 확보 시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장 대비 5.30원 오른 1473.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뉴스1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23억6739만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순매수액 가운데 최고치다. 전년 동기(13억5700만달러) 대비로는 약 43% 증가한 수치다. 이는 곧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역내 달러 수요 우위의 수급 불균형이 환율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거주자 해외투자 환전 수요와 기업 달러 보유 성향 등 공급 병목이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달러 수급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거주자 해외주식투자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국내 복귀 서학개미 비과세 혜택 등 세제 지원책까지 내놨지만, 미국 주식 투자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의 세제 혜택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게 더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탓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난달 24일 강력한 구두개입과 추가 환율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후 환율이 1480원대에서 1420원까지 급락한 건 오히려 서학개미들에겐 달러 저가 매수·미국 주식 투자 확대 기회가 됐다. 문제는 올해 역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점점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이를 완화할 구조적인 대책 없이는 정부의 환율 방어 대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은행권 달러예금과 달러보험 가입 증가 추세에서도 드러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572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가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엔 한 달 새 68억8170만달러(11.4%)나 급증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도 총 1조7292억원으로, 직전 해인 2024년 전체 판매액(9613억원)의 2배에 달했다. 달러를 최대한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외환보유액까지 동원해 방어에 나섰음에도 환율이 다시 제자리를 향하는 점이 뼈아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12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997년 12월 당시 전월에 비해 40억달러가 감소했는데, 지난달에 26달러나 줄었다. 5월 말(4046억달러)부터 11월 말(4306억6000만달러)까지 여섯 달 연속 늘다가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효과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기타통화 외화 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이 증가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는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내국인의 외국 투자, 외국인의 내국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절대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환율을 올리는 내재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환율을 낮추는 게 반복될 경우 여러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구윤모·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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