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가 13일 결승 에피소드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주 에피소드 공개 때마다 시리즈 순위 1위를 고수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던 프로그램이다. 젊은 요리사들이 주목받았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의 주인공은 50~70대의 나이 지긋한 요리사들이었다. 임성근, 선재 스님, 후덕죽 같은 장년의 셰프들이 외견과는 상반된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온라인에서 밈(meme)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 으뜸은 임성근 셰프다. 그야말로 '반전 종합선물 세트'로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 단연 화제 1위다. 임 셰프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외견과 말투는 영락없이 '사짜(사기꾼)' 같다"는 평을 듣는다. '5만 가지 소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거나, 제한 시간의 절반만 써서 후딱 요리를 만들어내면서도 "이것만 맛보면 끝"이라며 허세를 부린다. 단체전에서 별다른 계량도 없이 물엿과 식초, 간장을 들통에 붓는 모습에 동료들이 기겁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뒤따른다. 완성된 요리를 맛본 심사위원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동료들도 소스 맛을 본 후 엄지를 치켜세운다.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은 '소박함의 반전'이다. 수더분한 외모에 작은 체구, 일흔에 가까운 나이의 스님은 레시피도 무척 간단하다. 전 세계의 요리와 수많은 조리법이 넘쳐나는 경연장에서 스님의 도마 위는 단출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갈고닦은 손맛과 경험이 승패를 가른다. 단순함으로 원재료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스님의 잣국수에 심사위원 안성재는 "너무 맛있어요. 이거는 이길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후덕죽 셰프는 '리더십의 반전'을 보여줬다. 한때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날카로운 눈매에 꼭 다문 입술이 매서워 보이지만 실은 매우 부드럽고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다. 요리사가 생명처럼 여기는 자신의 칼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갖다 써도 "잘 쓰는구먼, 뭘"하며 웃어넘긴다. 팀에 필요하다면 대량의 샐러드를 무쳐내는 궂은일을 자청한다. 셰프로 시작해 대기업의 임원까지 오른 그이지만, 방송 내내 누구를 닦달하거나 훈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침착하게 수행하며 꼭 필요한 조언만 슬며시 건네는 모습에선 리더의 품격이 느껴진다.
사실 시니어 셰프의 폭발적인 인기는 "젊은이들이 어떠한 어르신을 존경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사회의 기득권을 쥔 이들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하다. 번지르르한 말뿐, 별다른 책임은 지지 않고 나누는 데 인색하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줄 알며, 대접이 시원치 않다며 강짜를 부리고, 사소한 일도 심기를 거스르면 으름장을 놓는다. 물론 모든 어르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위 '튀는 몇몇'이 물을 흐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젊은이들은 흑백요리사를 보며 참 어르신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는 게 아닐까.
그러니 '꼰대'라는 멸칭 대신 '대가'라는 존칭을 듣고 싶은 분들이라면 부디 흑백요리사의 어르신들을 눈여겨보시길 바란다. 임성근 셰프처럼 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선재 스님처럼 오랜 시간 다져온 내공을 입증하며, 후덕죽 셰프처럼 후덕한 리더의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어? 저분 보기와는 다르게 저런 모습이 있으셨군" 하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시라. 바로 그것이 이 시대가 원하는 어르신의 모습이다.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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