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의 고뇌가 담긴 ‘노동주’…잔혹한 경쟁에서 피어난 ‘어른의 품격’ [함상범의 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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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의 고뇌가 담긴 ‘노동주’…잔혹한 경쟁에서 피어난 ‘어른의 품격’ [함상범의 옥석]
‘흑백요리사2’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조림 인간’, ‘연쇄 조림마’, ‘조림핑’. 최강록 셰프를 지칭하는 밈이다. 생선도 고기도, 심지어 무까지 식감에 어울리는 장으로 족족 조려냈다. “자기도 모르게 조려야 한다는 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국내 최고의 요리사들 사이에서 조림만으로 결승전까지 왔다. 필살기였던 셈이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의 대망의 결승전, ‘나를 위한 요리’라는 주제 앞에서 최강록은 조림을 버렸다. 줄곧 신이 내린 ‘조림 인간’이라던 그는 “남들이 조림을 잘한다고 하니 척만 했다. 사실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진실한 고백과 함께 뜻밖의 국물 요리를 내놨다.

호박잎에 싼 성게알, 깨두부, 우니를 파를 얹은 우동 국물에 넣고, 소스는 닭 뼈 베이스로 우려냈다. 그리고 그 옆엔 빨간 뚜껑의 소주 한 병을 무심하게 올렸다. ‘자영업자의 노동주’가 어울리는 이름이다. 하루 종일 손님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남은, 상하기 직전의 재료들을 모아 자신을 위로하며 끓여 먹던 그 맛이다.

최강록 셰프. 사진 | 넷플릭스
화려한 테크닉 뒤에 숨겨진 요리사의 애환에 더불어 최강록이라는 인간의 굴곡진 인생이 그 국물 한 그릇에 담겼다. 한국외대 스페인어학과 진학 후 겪은 슬럼프, 무작정 떠난 일본 유학, 빚더미에 앉으면서도 조미료 없이 최고의 요리를 고집하다 가스비 폭탄을 맞았던 미련함까지, 그 모든 실패와 고뇌가 ‘남은 재료’라는 메타포로 승화된 것이다.

결승전 심사위원들은 말을 아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요리사 최강록의 고단함이 혀끝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누구나 입이 떡 벌어질 화려한 재료 대신, 처치 곤란한 재료들이 주는 깊은 울림이 최강록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 호명 순간에도 그는 뛸 듯이 기뻐하지 않았다. 대신 상대였던 ‘요리 괴물’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99명의 요리사가 명예를 걸고 싸운 잔혹한 서바이벌이었지만, 그 끝에 남은 건 승자의 포효가 아닌 동료를 향한 ‘존중’이었다.

‘흑백요리사2’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결승전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리는 어울리게 하겠다”던 그의 겸손은 빈말이 아니었다. 무한 경쟁의 시대, 스스로를 ‘조림하는 척했다’고 낮추며 진심을 꺼내 보였다. 그 솔직함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작진은 결승전 음식 심사평을 과감히 거세했다. 아마도 최강록이 보여준 ‘시대의 어른’다운 품격에 걸맞은 예우였지 않을까. 실력과 서사가 정점에 이른 ‘흑백요리사2’, 이번에도 여운이 짙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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