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지방재정, 자립도는 ‘후퇴’

글자 크기
몸집 커진 지방재정, 자립도는 ‘후퇴’
‘지방자치 30년’ 성적표 2022년 세입 총량 395조 17배↑ 살림 꾸릴 능력 49.9%… 갈수록 ‘뚝’ 중앙 이전 재원 의존 구조 여전 지방세 자율성 10점 만점 4.43점 “빈집세 등 자체 세원 발굴 필요”
지방자치 30년간 지방재정 규모는 비대해졌지만 지방재정 자립도, 건전성은 외려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지방 주도 성장,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 나가려면 ‘빈집세’ 같은 세원을 발굴하는 등 지방재정 확충 및 자율성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지방재정 30년 평가를 통한 주민 중심 지방재정 전략’에 따르면 전국 지방정부 지방세입 총량은 1990년 23조원에서 2022년 395조원으로 약 17배, 지방세출 총량은 같은 기간 16조원에서 319조원으로 20배 많아졌다.
역대 정부마다 재정 분권을 추진한 데 비해 성적표는 초라하다. 무엇보다 지방정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인 지방재정 자립도가 1991년 66.4%에서 1996년 62.2%, 2022년엔 49.9%로 뚝 떨어졌다.

지방세 규모는 거의 그대로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2022년 기준 22.8%로, 1996년(22.7%) 수준이다.

반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등 ‘이전 재원’이 지방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29.0%에서 2022년 51.6%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소비 쿠폰 같은 정부 사업 매칭비 부담 등 지방세출 자율성을 제약하는 보조금이 이전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3.0%로, 1996년(62.2%)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전 재원의 높은 의존도, 보조금 팽창은 지방세출의 자연 증가를 초래해 지방재정 건전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원이 한국지방재정학회 전문가 3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방세 자율성은 10점 만점에 4.43점이란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행 11개인 세목 구조가 중앙정부 중심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표적으로 지방정부엔 지방세 기본세율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연구진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재정 분권, 지방재정 제도를 위한 장기적인 과제로 지방정부의 자주 재원 확충을 위한 세원 발굴 및 확대를 통한 자율성 제고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휘발유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과 로봇을 각각 과세 대상으로 하는 ‘지방 환경세(탄소 중립세)’와 ‘로봇세’, 빈집이 대상인 빈집세 등을 예로 들면서 부가가치세의 25.3%로 돼 있는 지방소비세의 독립세화, 지방정부 자율적인 지방세 감면 제도 운영 등을 제언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에 ‘범정부 재정 분권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 7대 3 달성 등 구체적인 재정 분권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재명정부 국정 과제엔 ‘지방재정 확충으로 자치 재정권 확대 및 지역 경제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지방소비세 확대, 현행 내국세 총액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 단계적 상향 등 지방정부 자주 재원 확충을 추진하겠다”며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국고보조 사업 지방비 부담 결정 시 지방정부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