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공개 지원'에 당국 개입 의지…"당분간 1480원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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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공개 지원'에 당국 개입 의지…"당분간 1480원대 어렵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새해 들어서도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80원 선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사상 최초 ‘구두개입’에 따라 상승세가 꺾였다. 베선트 장관의 공개 지원 효과에 이어 외환당국이 다시 한번 개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시장에서는 지난해 고점인 1480원 재돌파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7.8원 내린 1469.7원으로 집계됐다. 11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이다. 간밤 베선트 장관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1460원대로 급락했던 환율은 이날 장 초반 다시 147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주간 거래 마감 직전 하락하며 가까스로 146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은 ‘베선트 효과’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키우며 환율을 다시 끌어올렸다고 판단하면서 거시건전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이날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고환율’로 지목하며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알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경제학적으로 어떤 모델을 적용해도 148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기대 심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1480원 이상 고환율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고환율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 대해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달러가 풍부하다”며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환율이 올랐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제가 총재에 취임한 후 금융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를 줄이려 노력했고 그 결과 M2(광의통화)가 늘어나는 추세가 멈췄다”며 최근 유동성 증가 속도는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최근 고환율은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원화 때문이 아니라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서학개미 투자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쥐고 있는 기업 등 수급 요인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오른 배경으로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머지 4분의 1은 여전히 내국인의 해외 투자 등 국내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대기업이 환율 안정화 조치에 호응하는 반면 개인의 해외 투자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 10~11월 당시 높은 수준과 유사하거나 더 빠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공조 기조 속에서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 의지가 확인된 만큼 지난해 연말 수준인 1480원대 고환율은 당분간 재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가능성에 더해 미국에서도 원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가 전해지면서 환율 급등을 이끌었던 롱 심리 과열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미 재무장관이 원화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정부의 추가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가파른 원화 약세 흐름이 일단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일 재무장관의 구두개입은 원화와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1480원이 정부의 중요한 방어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개입 의지가 확인된 상황에서 지난해 고점인 148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낮다”며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모멘텀도 있어 외환 수급 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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