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안무함(SS-Ⅲ·3000톤급)이 '2025 사일런트 샤크 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해 11월 4일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K-조선 원팀'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밀릴 위기에 처했다.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결선에 올랐지만, 캐나다 정부가 절충교역 조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판세가 흔들리게 된 탓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PSP의 핵심 변수로 절충교역이 부상하면서 수주전이 중대 분기점을 맞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1990년대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t급 이상 디젤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단순 건조 비용을 넘어 유지·보수·정비(MRO)와 후속 성능 개량까지 포함할 경우 총사업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후 치러지는 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과 독일을 잠수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수주전 초기만 해도 한국·독일 간 기술 경쟁 구도로 압축되며, 한국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잠수함 설계·건조 실적과 가격 경쟁력, 납기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는다.
다만 최근 캐나다 정부가 절충교역을 핵심 평가 요소로 내세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술 경쟁 구도가 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포함한 국가 간 산업 패키지 경쟁으로 확장된 것이다.
캐나다는 절충교역의 명목으로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투자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독일은 자국 최대 해군 함정 건조사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폭스바겐의 협력을 바탕으로 현지 투자 방안을 제시하며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범정부 차원의 협력 패키지 전략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현대차의 사업 참여도 확정된 게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캐나다에 대한 추가 투자를 추진하는 게 부담스럽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절충교역 취지는 이해하지만 특정 기업의 대규모 해외 투자를 전제로 한 수주 전략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역시 기존 북미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방산 수주와 연계된 추가 투자 요구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고위급 인사가 이달 말 캐나다를 방문해 정부 간 협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과 현대차 관계자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부와 해당 기업들은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