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를 향해 ‘1000억원 증여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1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 언급에 대해서는 비판을 위한 ‘상징적 표현’이라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김 이사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며 엄중 경고했다.
1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모(71)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2024년 6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최 회장이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이 그룹 자금을 횡령했다”는 등의 의혹을 10여 차례에 걸쳐 제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1000억원 증여설’의 허위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최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000억원이라는 수치는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최 회장이 동거인과 자녀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수치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이 김 이사 측에 재단 설립, 주택 신축 제공, 매월 2000만 원 상당의 생활비 지급 등 상당한 금액을 지출해 온 사실이 참작됐다. 즉, 액수 자체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자금 투입’이라는 사실적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다는 논리다.
반면, 김희영 이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명백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씨가 게시한 영상과 글 중 김 이사의 가족사와 자녀 입사 관련 의혹 등 인신공격성 내용이 담긴 부분에 대해 “명백히 허위사실이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유포한 내용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저해했다”며 징역형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다만, 박씨가 고령인 점과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피고인 박씨의 정체도 눈길을 끈다. 박씨는 최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오랜 지인이자 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를 ‘노소영 팬클럽 회장’이라 부르며 방송 활동을 해왔고, 노 관장과 같은 학회에서 활동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앞서 노 관장 측 역시 김 이사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며 ‘1000억원 사용설’을 주장한 바 있어,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파기환송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비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이번 선고를 마무리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