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익숙함과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년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 방침 대전환’을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VCM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롯데그룹의 최고위 경영회의로, 전사 전략과 중장기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로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신 회장은 최근 둔화한 그룹의 성장세와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올해 경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군별 전략 리밸런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업별 선결과제로는 핵심 브랜드 가치 제고(식품), 상권 맞춤별 점포 전략을 통한 고객 만족 극대화(유통), 정부 정책에 맞춘 신속한 구조조정 및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화학) 등이 제시됐다. 정보 보안 및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도 논의했다.
신 회장은 논의된 선결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경영 방침으로 △수익성 기반 경영으로의 전환 △신속하고 능동적인 의사결정 △오만함에 대한 경계 및 업의 본질 집중 등을 제시했다.
우선 신 회장은 질적 성장을 위해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기존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이 아닌 수익성 강화와 효율적 투자 중심의 투자자본수익률(ROIC)을 원칙으로 삼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 거버넌스 조정에 따른 신속하고 능동적인 의사결정도 당부했다. 롯데는 지난해 ‘2026년 임원인사’에서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 중심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회사의 중장기 비전과 현안 해결을 동시에 고민하고,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 회장은 ‘과거 성공경험에 갇혀 우리는 다르다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의 본질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하고, 고객 니즈에 부합되도록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그는 “고객 중심의 작은 혁신들이 모여서 큰 혁신을 만들 수 있다”며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책임감을 갖고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VCM에 앞서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서거 6주기(2020년 1월19일)를 기렸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며 그룹을 성장시켰던 창업주의 도전 정신과 경영 철학을 되새기며 현재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