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에도 주주대표소송 난관…'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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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에도 주주대표소송 난관…'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논의 본격화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 촬영 고혜영 기자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 [촬영: 고혜영 기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소액주주 입장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주주대표소송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연내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오기형·이강일 의원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 활성화 모색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이사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회사가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주주대표소송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입증책임’을 꼽았다. 청구원인에 대한 사실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기 쉽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상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인 소액주주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회사 내부 업무 과정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대부분의 증거가 회사 내부에 남아 있어, 외부인인 주주가 해당 증거에 접근해 수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주영 변호사는 "외부인인 소액주주는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대체로 막연한 사실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며 "입증 책임을 지는 소액주주인 피해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법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노종화 변호사 역시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 행위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된 사건이 전체 기각 건수 264건 중 110건으로 가장 많았다"며 "입증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꼬집었다.


소 제기를 위한 지분 요건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주주대표소송 제기를 위해 일정 지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분율 요건 자체는 낮아졌지만, 대형 상장사의 경우 여전히 수십억 원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해야 하며 소송 기간 동안 이를 유지해야 한다. 또 주식 교환이나 합병 등으로 회사의 동일성을 상실할 경우 소송은 각하된다. 노 변호사는 "모회사가 갑자기 다른 회사에 합병돼 100% 자회사가 되는 경우 소송이 각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년간 상장사를 상대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은 총 63건에 불과했다. 연평균 2~4건 수준으로 매우 적다. 현행법 상 상장사 주주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하거나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장사를 상대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의 약 75%는 1% 미만 지분을 가진 주주가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변호사는 "상장사를 상대로 한 소 제기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지분 요건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전일 기준 850조원을 넘었는데, 약 850억원 상당의 지분이 있어야 주주대표소송 제기가 가능해 웬만한 기관투자자들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제기한 사례는 단 두 건에 불과했으며, 기관투자자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은 없었다.


비상장사의 경우 양상은 크게 달랐다. 30~50% 지분을 보유한 원고가 제기한 사건이 40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원고가 제기한 사건이 30건으로, 30% 이상 지분을 가진 원고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노 변호사는 "이들 사건은 공통적으로 최대주주 일가, 동업자 또는 경영진이 제기한 지배권이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다툼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 개시) 제도' 도입이 거론됐다. 이는 미국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우리 민사소송법의 취지를 살려 증거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변론 준비 절차, 질문서 제도, 문서제출명령제도, 증언녹취제도 등의 도입과 개정을 통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기반이 마련돼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는 △당사자의 협력의무 및 진실의무 명문화 △소장·답변서 제출 의무의 실질화와 재판장의 심사권 확대 △변론준비절차 강화 △질문서 제도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절차 관련 디스커버리 제도는 당적과 관계없이 의원들과 대법원 간 논의를 거쳐 발의된 상태"라며 "이제는 대법원이 법무부와 함께 법사위와의 논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충실 의무 논의 이전에 법적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며 "회사 충실 의무 이전에 증거 개시 제도 등 소액주주의 권리 구제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착안한 증거 개시 제도 도입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한국에 바로 도입했을 때 민사소송 시장이 미국처럼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절충안으로는 '주주의 장부열람·등사 청구권 확대'가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남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는 "미국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가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주주가 충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장부열람·등사 청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주주가 충분히 소송에 실질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법적 해결책 외에 정부 기관의 역할 확대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만의 '증권선물투자자 보호센터'가 언급됐다. 해당 센터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자 소송을 대행하는 기구로, 증권 유관 기관 출연을 통해 약 4000억원의 자본을 확보하며 재정적 독립성도 갖추고 있다. 이창민 교수는 "투자자 보호센터가 아니더라도 비영리재단이나 사단법인 형태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만 사례를 벤치마크해 공적 소송 대행 기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노종화 변호사가 발제자로 토론에 나섰다. 토론자로는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재남 대법원 법원행정처 판사가 참여했다.  


아주경제=고혜영 기자 kohy03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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