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 연구 성과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과학기술연구센터(CWTS)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대학 연구 성과 순위’에서 중국 저장대가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상위 10위 가운데 7곳을 중국 대학이 차지했다. 미국 대학 중에서는 하버드대학교만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 성과라는 가장 계량적인 지표에서 패권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흐름에서 한국 대학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대학 경쟁력의 구조적 후퇴에 대해 이제는 교육 정책을 총괄해 온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중국의 약진은 분명한 정책 선택의 결과다. 중국 정부는 대학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고, 장기 기초연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다. 단기 성과보다 연구의 축적과 파급 효과를 중시했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대학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의 주체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대학 정책은 오랫동안 ‘관리’에 머물러 왔다. 교육부는 대학을 혁신의 엔진이라기보다 통제의 대상으로 다뤄왔다. 등록금 규제와 정원 통제, 획일적 평가와 재정 배분 구조는 대학의 자율성을 구조적으로 제약했다. 그 결과 대학은 장기 연구 전략을 설계할 여력을 잃었고, 연구 현장은 행정과 보고서에 매몰됐다.
특히 연구 정책 전반에 깔린 단기 성과주의는 치명적이다. 3년, 길어야 5년 단위 과제와 연차 평가 중심 구조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가 축적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평가 방식과 예산 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다. 대학 경쟁력 하락은 예고된 결과였다.
인재 정책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연구 경쟁이 인재 확보전으로 전환됐지만, 교육부는 외국 연구자가 한국에 와서 연구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연구 자율성, 행정 부담, 정주 여건 어느 측면에서도 경쟁국과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종합 대학 순위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 대학들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타임스 고등교육(THE) 순위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와 옥스퍼드, 스탠퍼드 등이 상위권을 지키는 이유다. 그러나 연구 성과라는 핵심 지표의 흐름은 이미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에서 한국 대학은 점점 뒤처지고 있다.
이제 교육부는 질문을 피해선 안 된다.
대학을 언제까지 관리 대상으로만 둘 것인가.
연구를 언제까지 단기 성과와 행정 지표로 재단할 것인가.
장기 기초연구에 대한 일관된 투자, 대학의 실질적 연구 자율성 회복,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제도 개편, 대학을 산업·기술·안보 전략의 중심에 두는 정책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책무다. 이를 실행하지 못한다면, 대학 경쟁력 하락의 책임 역시 교육부가 져야 한다.
연구 성과 순위는 결과일 뿐이다.
그 결과를 만든 정책의 책임은 분명하다. 이제 교육부가 답할 차례다.
[그래픽=노트북LM]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