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한명선씨(55)는 지난해 부친상을 무빈소로 치렀다. 친척과 지인을 부르지 않고, 가족끼리 안치실에서 장례를 지냈다. 평소 남에게 빚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와 가족의 신념에 따른 결정이었다. 한씨는 "아무리 친척이래도 멀리 살면 찾아오는 것도 부담이고, 조의금도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는 거라 민폐라 생각했다"며 "조의금을 관리하고, 조문객이 드실 음식을 신경 쓰는 시간을 줄이고, 식구들끼리 허례허식 없이 추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빈소 없이 조문을 생략하고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는 '무빈소 장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가족장','2일장'으로도 불리는 무빈소 장례는 임종 후 안치, 입관, 발인, 화장 순으로 기본적 흐름은 동일하지만, 입관과 발인 사이에 빈소를 열어 조문객을 받는 절차를 생략한다. 안치실에서 장례를 치르고 발인하며 총 2일장을 지내는 셈이다.
이 같은 무빈소 장례가 확산한 배경으로는 현실적 부담이 지목된다. 가족 형태의 변화와 조문 문화의 축소로 조문객이 줄어드는 데 비해 빈소 사용료, 접객 비용 등 장례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그 원인이다. 평균 1000만원 이상인 일반 장례와 달리 무빈소 장례는 200만~300만원에 치를 수 있다.
장례업체 관계자는 "빈소는 하루를 차려도 가격이 비싸다"며 "꽃 재단에 음식도 50인분은 기본이라 상조비용만 1000만원 가까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분들이 많이 없거나 조문객이 많이 오지 않는다면 일반 장례의 1/4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무빈소를 많이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입장에서 장례 절차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신 고인과의 이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투병하던 어머니를 보낸 40대 여성 김모씨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혼자서 마음을 차분하게 추스렀다"며 "화려한 형식보다는 엄마를 보내준다는 이별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례업계 관계자들도 무빈소 장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장례지도사 이영우씨는 "한 달에 치르는 무빈소 장례가 2배 늘었다"며 "조촐하고 초라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상주들이 젊어지면서 가식적이고 실질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은 지출하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생겼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시화, 개인화되어 감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어 생겨나는 문화"라며 "조의금을 건네고 상부상조하기보다는 가족끼리 고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추모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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