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국내 증시가 '오천피', '천스닥'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시장 이면에서는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압박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코스피·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연초부터 5개 기업이 정리매매 수순에 들어서는 등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푸른소나무, 인트로메딕, 웰바이오텍, 국보, 파멥신 등 5개 기업이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이 중 웰바이오텍과 국보는 코스피 상장사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에 대해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부여되는 마지막 기회지만, 이 기간 주가는 연일 폭락해 푸른소나무(-99.72%)와 인트로메딕(-98.94%) 등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상태다.
이는 정리매매 건수가 0건이었던 지난해 1월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 속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들 기업의 상장폐지 사유는 장기간 누적된 실적 악화와 관리 부실에 있다. 푸른소나무, 웰바이오텍, 국보는 2023·2024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의견거절을 받아 퇴출이 확정됐다. 인트로메딕은 2022년 회계감사 의견거절 이후 누적된 자본잠식과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고, 파멥신은 매출액 미달과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공시 위반 및 벌점 누적이 발목을 잡았다.
상장 유지 문턱이 매년 단계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금융당국에 보고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상장 유지 요건 강화에 따라 2029년까지 전체 상장사의 8.6%에 해당하는 약 230개 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장폐지 기준 개선안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은 단계적으로 상향돼 기존 50억원에서 2028년에는 500억원까지 높아진다. 매출액 기준도 기존 50억원에서 2029년까지 300억원으로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시가총액 기준을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매출액 기준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상향한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 상장 요건은 시가총액 200억원, 매출액 50억원 이상으로 조정됐고, 코스닥 상장 요건도 시가총액 150억원, 매출액 30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거래소는 국내 상장사 수가 주요 해외 시장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협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활황 기대감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보유 종목의 재무 건전성과 상장 유지 요건 충족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송하준 기자 hajun825@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