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30년까지 중장기 전략에서 AAM(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지역별 생산을 최적화하는 등 글로벌 생산 지도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미래 사업 비중을 줄이고 제조·제품 중심의 실행 가능한 과제에 전략적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현대차가 공시한 2025년 3분기 보고서에는 직전 분기까지 포함됐던 AAM 전략 문구가 사라졌다. 보고서 내 '회사의 중장기 전략' 섹션을 보면 기존에 있던 "2028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기체 개발을 추진하고 한국 외에서도 초기 시장 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 모두 삭제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AAM 시장 상용화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현대차가 그에 맞춰 내부 조직과 전략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AAM 본부를 총괄하던 신재원 사장은 지난 8월 용퇴했으며 AAM 미국 독립 법인인 슈퍼널의 기체 개발과 미국 인증 일정도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체 인증 지연은 슈퍼널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새로운 항공기 유형'으로 규정하면서 안전 기준과 인증 절차를 처음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복잡한 기술적 특성으로 검증 항목이 복잡한 만큼 규제당국의 심사도 매우 까다롭게 진행된다. 특히 슈퍼널은 안전성을 중시하며 업계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전략을 가져가는 업체로 평가된다.
국내 상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K-UAM(도심항공교통) 로드맵'에서 UAM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3년 늦췄다. 서울 도심 2단계 실증에서도 eVTOL 기체 인증이 늦어져 헬기 등 대체 기종을 투입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국내 UAM 안전 기준 역시 원점에서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AAM은 자율비행 알고리즘, 충돌 회피 기술, 고밀도 배터리, 전기추진 시스템 등 첨단 ICT 기술이 통합된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 산업이다. 안전기준이 기존 항공기·헬기와 완전히 다르고 글로벌 인증 수립을 위한 국제 사회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상용화 지연 가능성이 커지자 현대차가 AAM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정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전기차 캐즘, 관세 부담, 지역별 수요 둔화 등 현실 과제에 대응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AM을 당장의 핵심 전략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장기 전략 문구에선 스마트시티, 로보택시 등 장기투자형 서비스 사업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AAM의 순위 조정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AAM 사업은 기술 연구·개발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이제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가는 시점"이라며 "사업 방향의 전환을 앞두고 전반적인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략의 큰 틀 역시 미래 비전형에서 실행 중심형으로 전환됐다. 기존 중장기 전략이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에너지 모빌라이저 ▲유연한 대응 역량 등 미래 지향적 비전과 철학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제조·제품·기술·파트너십 등 네 가지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재편됐다. 이는 단기적 수익성과 실행 가능성을 기반으로 전략의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 전략에서 현대차는 미국·인도·울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총 120만대 확대하고 지역별 최적 생산 배치를 통해 글로벌 생산 지도 재편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 조지아에 있는 HMGMA 생산능력을 50만대 늘리는 것을 비롯해 인도 25만대, 울산 전기차 신공장 20만대, 중동 등 신흥시장의 CKD(반조립) 공장 25만대를 2030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2030년까지 18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성능·럭셔리 제품군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중장기 전략에서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기술 고도화 내용도 밝혔다. 기술 측면에서는 2027년 차세대 배터리 도입과 함께 SDV 기술을 그동안 개발해 온 플랫폼 성과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파트너십 분야에서는 구글·GM·아마존·웨이모(Waymo)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개발 속도와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단기 수익성과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영역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불확실한 분야에 자원 투입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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