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부르잖아?” “안 들려요”…잘 듣지 못하는 학생, 왜 늘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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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부르잖아?” “안 들려요”…잘 듣지 못하는 학생, 왜 늘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10대 청소년 난청 환자, 4년 새 40% 이상 급증 이어폰·게임 등 생활 속 소음 노출이 주요 원인 전문가 "청각세포 손상은 회복 불가, 예방이 최선"
“청소년들의 이어폰 사용 증가로 청력 손상(난청)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최근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소식을 알리는 e알리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청소년들의 난청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각종 통계로 실상을 확인해 봤다.
지난해 10~19세 남자 청소년 중 난청 환자 수가 1만6433명으로 4년 만에 45.4%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년 새 10대 청소년 난청 환자 40% 이상 늘어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19세 남자 청소년 중 난청 환자 수(심사년도 기준)는 2020년 1만1302명에서 2021년 1만3163명, 2022년 1만4047명, 2023년 1만6932명, 지난해 1만6433명으로 4년 만에 45.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 28.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80세 이상(62.9%)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연령대별 난청 환자 증가율은 ▲20~29세 26.9% ▲30~39세 25.4% ▲40~49세 12.6% ▲50~59세 7.6% ▲60~69세 35.1% ▲70~79세 30.3% ▲80세 이상 62.9%였다. 0~9세 난청 환자는 2020년 8034명에서 지난해 7736명으로 줄었다.

난청은 흔히 노년층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환자 증가율만 보면 10대 남자 청소년 환자가 노년층보다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여자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10~19세 여자 난청 환자 수는 2020년 1만2568명에서 2021년 1만6270명, 2022년 1만6271명, 2023년 1만906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다시 소폭 줄어 1만7670명을 기록했으나 4년간 증가율은 40.6%로, 80세 이상(51.0%)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해당 기간 전체 여성 난청 환자는 26.6% 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대 청소년의 난청이 늘어난 것은 해당 연령대가 그만큼 소음에 장시간, 자주 노출되는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큰 소리가 주는 자극이 난청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안내문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큰 소리로, 오랜 시간 듣는 습관이 귀 청각세포를 손상해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효정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0대는 이어폰 사용 외에도 콘서트 관람 등 소음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행동이 ‘음향 외상’을 일으켜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도 홈페이지에서 소음성 난청과 관련해 ‘젊은 사람 중 청력 이상이나 이명을 호소하며 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매일 8시간씩 85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되는 것은 충분히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안내했다.

비디오게임도 청력 손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장지원 고려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9월 대한이과학회 주최로 열린 제59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디오 게임과 비가역적 난청’ 보고서(2024)를 인용, 전 세계 게이머가 난청 및 이명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디오게임과 청력 손상 위험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청각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은 난청을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는 문제도 있다.

이효정 교수는 “청소년들은 난청으로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려도 그냥 멀리 있어서 안 들리나보다 생각하고 신경을 꺼버린다”면서 “중등도 난청은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외부로 보이는 문제도 있고, 낙인이 찍히니까 보청기를 쓰지 않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어폰 사용 시 ‘60%-60분’ 원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난청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으로 이어폰 사용 시 ‘60%-60분’ 원칙을 제시했다.

WHO가 제시한 이 원칙은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사용 시간은 하루 60분 이내로’ 제한하라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안내문에서 일반적으로 옆 사람이 내 이어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볼륨이 너무 크다는 의미이며 이어폰을 끼고도 다른 사람 말소리가 들려야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귓속형(인이어)보다 헤드폰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염증 방지를 위해 이어폰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귀마개 등을 활용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대한이과학회는 홈페이지에서 소음성 난청 예방법으로 “개인용 청력 보호 장구를 사용해 소음을 감소시키고 소음 노출을 최대한 피하며 일단 노출 후에는 가급적 오랜 기간 소음을 듣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아동과 청소년의 난청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 학교에선 1개 주파수로 20㏈이나 40㏈을 들을 수 있는지만 평가하는 수준이어서 국제 표준에 부합하고 필수 주파수별 검사가 가능한 장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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