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호조세를 나타낸 영향이 크다. 내년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출과 내수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29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분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결과, 올해 누계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18년 600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수출은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대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흐름이 반전됐다. 지난 6월부터는 6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향후에도 경기 하방을 방어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7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수출은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수출 전망을 두고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26년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 수출액을 올해보다 0.5% 감소한 6971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23년 -7.5%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수출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올해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한 선(先)수출이 올해 수출 증가를 키웠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은 AI 투자 확대에 따라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 예상되지만 자동차 수출은 미국의 품목관세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혁명은 메가 트렌드이지만 닷컴 버블과 같은 급격한 조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의 '양날의 칼'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기 하강 시 충격도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의 또 다른 축인 내수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새해 첫 달에도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5.4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월(99.1) 이래 3년10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한 수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에 대한 사업구조 재편을 지원하고 에너지·원가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정년 연장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획일적인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