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KBO리그 10개 구단이 외국인 타자 구성을 모두 마쳤다. 시즌 전력의 핵심 축이 완성됐다. 그런데 흐름이 바뀌었다. 과거 외국인 타자의 상징이던 ‘거포’는 소수다. 대신 콘택트 능력, 출루율 등 검증된 중장거리 유형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자동볼판정시스템(이하 ABS)가 만든 투고타저 환경 때문이다.
기존 외인과 재계약을 택한 팀은 딱 절반이다. LG 오스틴 딘, 삼성 르윈 디아즈, 롯데 빅터 레이예스, NC 맷 데이비슨,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까지 5명이다. 나머지 구단은 모두 외인 타자를 교체했다.
눈에 띄는 건 유형이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는 디아즈와 데이비슨 정도다. 새롭게 합류한 외인 타자들 역시 ML이나 트리플A에서 20~30홈런 이상을 꾸준히 기록한 유형은 아니다. 대신 OPS, 출루율, 2루타 생산 능력이 기준이 됐다.
변화의 핵심은 ABS다. 로봇 심판이 사람을 대신한다. 스트라이크존은 더 정확해졌고, 투수에게 유리해졌다. 과거라면 볼이 될 수 있었던 코너 존이 스트라이크로 잡힌다. 타자 입장에서는 볼넷, 출루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셈이다.
자연스럽게 투고타저가 고착됐다. 이는 아시아쿼터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제구가 강점인 일본 투수들이 아시아 쿼터로 대거 선택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외국인 타자 선발 기준도 달라졌다. 홈런 40개를 기대하는 타자보다, 2루타로 찬스를 만들고 출루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타자가 더 중요해졌다. 한 방은 매력적이지만, 안정적인 출루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오스틴, 레이예스, 에레디아는 확실한 출루 능력을 증명했다. 재계약을 맺을 수 있던 이유다.
반대로 KIA의 올시즌 외인 패트릭 위즈덤은 홈런 35개를 쳤다. 그러나 타율 0.236, 득점권 타율 0.207에 그쳤다. 장타력은 있지만 흐름을 살리는 타자는 아니었다. 결국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다만 외국인 선수는 항상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ML 경력이 화려해도 KBO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는 매년 반복된다. 변수가 존재한다. 과연 올시즌 선택된 외국인 타자 중, 과연 몇 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도 지켜봐야 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