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3년간 우리나라의 여름이 25일 늘고 겨울은 22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열대야일수가 9일 늘었다. 한 해 강수량은 150㎜ 이상 증가했지만 강수일수는 오히려 5일 이상 줄었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 심화했단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 변화와 기후재난 증가는 기후인플레이션(기후변화로 인한 물가상승 현상), 인명·재산 피해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응 대책이 적극 이행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30일 ‘우리나라 113년(1912∼2024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5∼2024년)의 계절길이를 비교한 결과 봄과 여름은 각각 5일(85일→90일), 25일(98일→123일)씩 늘었다. 가을과 겨울은 각각 8일(73일→65일), 22일(109일→87일)씩 줄었다. 과거 30년만 해도 가장 긴 계절이 겨울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름이 가장 길어진 셈이다. 계절 시작일을 따져보면 봄과 여름은 같은 기간 각각 18일(3월18일→2월28일), 13일(6월11일→5월29일)씩 당겨졌고, 가을과 겨울은 12일(9월17일→9월29일), 4일(11월29일→12월3일)씩 늦어졌다.
이 기간 여름이 더 일러지고, 길어지면서 열대야도 과거 30년과 비교해 최근 30년에 9.0일 늘었다. 2010년대 이후 이 추세가 보다 강화했는데, 1910년(6.7일) 대비 2010년대(19.7일)엔 2.9배, 2020년대(28.0일)는 4.2배 증가했다.
비는 한 번 쏟아질 때 더 많이 쏟아지는 경향이 짙어졌다. 연간 강수량이 과거 30년(1180.1㎜) 대비 최근 30년(1335.7㎜)에 155.6㎜ 증가한 반면, 연 강수일수는 같은 기간 111.6일에서 106.0일로 5.6일 줄어든 것이다.
기상청은 보고서에서 “최근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과 더불어 폭염, 호우, 가뭄 등 여러 극한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거나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복합 재해 양상으로 이어지며 국민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