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의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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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의 가격표

최근 인천공항에 갈 때마다 연휴나 아침 시간대에는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2~3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비행기를 놓친 사람도 다반사다. 새벽 비행기를 위해 더 일찍 집을 나서고, 공항에서 뛰어다니며, 탑승 마감이 눈앞인데도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면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안검색은 중요한 국가적 안보 기능이자, 승객 입장에서는 분명한 서비스다. 과도한 지연과 기다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명백한 공항 운영 실패를 의미한다.


인천공항 운영 체계에서 이러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은 과도한 자회사 중심 고용으로의 전환이다. 공항처럼 수요 변동이 극단적인 산업에서는 고용의 유연성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기존 위탁·용역을 최소화하고 자회사 중심의 직고용 체계를 선택했다. 단기 위탁이 존재하긴 하지만, 보안검색 인력을 정규직화하는 기조로 고용 체계를 개편하면서 경쟁 약화로 직결됐다. 직고용 부담은 곧 비용 부담을 의미하므로 인력 풀은 항상 빠듯해지고, 위탁과 비정규직을 통한 피크 대응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싱가포르는 외주를 금지하지도, 직고용이나 정규직 고용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대신 누가 고용하든 숙련이 축적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강제해 운영 품질을 유지한다. 보안요원에 대해 직무 등급별 최저 기본급과 훈련 요건을 의무화하고, 이를 라이선스, 즉 면허 조건과 연결했다. 쉽게 말해 외주라서 싸게 쓰고 쉽게 그만두는 구조로만 흘러가게 두지 않고, 업계 전반의 바닥을 끌어올려 운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반면 인천공항은 정규직 안정성을 강조하며 직고용을 밀어붙이는 프레임이 문제 해결을 대체해버린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답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로 설계하는 데 있다. 외주를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외주가 서비스 품질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외주가 저임금·저품질 구조로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호주나 싱가포르 사례처럼 핵심 업무는 다년 계약으로 가져가되, 운영 품질을 상시 점검해 외주의 질 자체를 끌어올리고 외주 업체 고용의 일정 부분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외주 업체 직원의 직업 숙련도를 축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나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신기술로 인력 문제를 완충해야 한다. 물론 인천공항도 AI, 3D 스캐너 등을 도입해 로드맵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실제 운영에 결합되는 속도는 더디다. 보다 빠르게, 보다 넓게, 운영과 결합해 확장할 필요가 있다.


공항 운영이 '정규직 전환'이나 '노조 존중' 같은 구호로만 설명될 때, 정작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위탁과 외주는 그 자체로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위한 선택지다. 잘 설계하면 품질을 끌어올리고 피크 수요를 흡수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위탁은 나쁘다는 도식 속에서 정규직·직고용만 밀어붙이면 조직은 경직되고 조정 비용은 커진다. 그래서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정책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다. 핵심은 고용 형태의 단일화가 아니라,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더라도 운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제도다. 노동의 권리와 존중은 중요하지만, 공항 운영은 그것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피크는 매년 오고, 승객은 늘며, 항공편은 새벽에 몰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피크에 견디는 인력 풀의 설계와 고용 유연성의 확보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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