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0% 급등했는데”…하루만에 폭락, 진짜 끝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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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0% 급등했는데”…하루만에 폭락, 진짜 끝난 건가요?
‘사상 최고’ 찍고 동반 급락한 금·은…“추세 붕괴” vs “과열 조정”
고공행진하던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급락하며 시장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금·은 가격이 추세적으로 꺾일지 재차 반등에 나설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 단기간에 가격이 과열된 상황에서 증거금 인상이라는 변수가 겹치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이번 조정을 계기로 상승 흐름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펀더멘털 훼손 아닌 기술적 조정” vs “투기 과열의 청구서”

31일 금융정보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79% 급락한 온스당 4332.08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온스당 4550.1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매도세가 급격히 강화됐다.

은 현물 가격 역시 온스당 72.25달러로 내려앉으며, 하루 전 기록한 최고가(83.99달러) 대비 약 14% 급락했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CME(시카고상품거래소)가 금·은을 포함한 주요 금속 선물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거금 인상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의 부담을 키워, 가격이 고점에 근접한 국면에서는 매도 압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먼저 다수는 이번 급락을 기술적 조정으로 해석한다. 증거금 인상이라는 제도적 변수로 인해 단기 차익 실현이 집중됐을 뿐, 금과 은의 수급 구조나 거시 환경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보다 경계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금·은 시장에는 실수요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됐고, 이번 급락은 그 부담이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의 경우 산업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는 자산인 만큼, 금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거금 인상 이후의 시장…‘방향성’ 보다 ‘변동성’이 변수

시장에서는 이번 증거금 인상 이후 금·은 가격이 한동안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은은 온스당 70~80달러까지 오르며 15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태양광·AI·전기차 등 산업용 수요 급증 △만성적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불안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급등 이후 증거금 인상이나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급락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후 일정 기간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전보다 훨씬 거친 가격 움직임이 투자자들을 시험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게티이미지 올해 금 수요에서 투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점은 상승기에는 강력한 동력이었지만, 악재 발생 시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역시 변수다. 내년 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달러 강세가 재개되며 금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강세론 ‘여전’…전문가들 “접근 방식 달라져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강세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유지되고 있다.

공급 제약,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접근 방식의 변화를 주문한다.

금과 은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완화하는 자산배분 관점에서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증거금 인상은 특히 레버리지 투자자에게 명확한 ‘경고 신호’인 만큼,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시장 심리의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탐욕과 공포가 빠르게 교차하는 국면에 진입한 만큼, 금·은 가격이 추세적으로 꺾일지 재차 반등에 나설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전보다 훨씬 거친 가격 움직임이 투자자들을 시험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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