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변압기 대미 수출 1兆…새해가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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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변압기 대미 수출 1兆…새해가 더 뜨겁다

올해 우리나라의 초고압 변압기 대미(對美)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한국산 변압기의 시장 입지가 강화된 결과다. 영국 등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수요까지 커지면서 새해 수출은 더욱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초고압 변압기(1만㎸A 초과)의 미국 수출액은 누적 6억9093만달러(약 9956억원)로 집계됐다. 월평균 6000만달러 수준의 수출 추이를 고려하면, 연내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초고압 변압기의 대미 수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건 처음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4억345만달러(약 5814억원)를 크게 앞질렀고, 2023년 2억5797만달러(3717억원)에 비하면 갑절 넘게 불어났다. 올해 11월까지 글로벌 수출액은 11억6693만달러(1조6815억원)다.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메이커는 미국의 'AI 붐'에 대응해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텍사스 배스트럽 공장을 준공했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2300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지 생산 확대에도 수출이 크게 늘어난 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초고압 변압기가 필수인데, 북미 시장은 30년 주기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까지 겹쳤다. 북미 변압기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 3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8월 미국이 변압기 부품 등에 50% 관세를 매기는 등 변수도 있었지만, '공급자 우위' 구도를 바탕으로 고객사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빅3' 업체들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쌓아뒀다. 일례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9월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업체와 765㎸ 초고압 변압기 등 2778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전력 업계에선 새해에도 변압기를 비롯한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에 이어 호황기를 이어갈 차세대 시장으로 영국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은 AI 산업 확대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새로운 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세계 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분석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변압기·인덕터·변환장치 등 전력기기 분야에서 대한(對韓) 수입액을 전년(2023년) 대비 약 56% 끌어올렸다. 미국·중국 등 기존의 주요 수입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규모가 40% 안팎 줄어든 반면, 한국산 전력기기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숫자로 보이는 실적도 나타나고 있다. 대영(對英)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은 2023년 500억원에서 올해 11월까지 126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HD현대일렉트릭은 영국 전력청(내셔널그리드)이 발주한 22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주문 전량을 수주했다. 효성중공업도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전력망 운영사(SPEN)와 12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배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LS일렉트릭은 변압기 전량을 국내 생산하고 있다. 이달 초 증설을 마친 부산사업장 제2사업장을 기반으로 유럽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AI 확산과 전력망 교체, 신재생 에너지 수요 등 구조적 수요가 겹치면서 당분간 변압기 시장의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 리드타임이 길고 원가·관세 등 변수들이 남아 있어 기술 신뢰성과 납기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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