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 마지막날, 인천을 수놓은 명승부…풀세트 접전을 끝낸 건 누구? 현대건설 ‘블로퀸’양효진의 결정적인 블로킹 2개였다 [인천 현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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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을사년 마지막날, 인천을 수놓은 명승부…풀세트 접전을 끝낸 건 누구? 현대건설 ‘블로퀸’양효진의 결정적인 블로킹 2개였다 [인천 현장 리뷰]
[인천=남정훈 기자]두 시즌 전 챔피언결정전(현대건설 3전 전승)에서 맞붙었고, 지난 시즌엔 챔피언결정전 우승,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궈냈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두 팀 모두 2025~2026시즌을 앞두고 전력 약화 요소가 뚜렷했다. 흥국생명은 팀 전력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배구여제’ 김연경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현대건설은 FA 최대어로 평가받은 이다현이 흥국생명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것을 시작으로 고예림(페퍼저축은행)도 FA 이적으로 떠났고, 최고참 황연주도 현역 연장을 위해 도로공사행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두 팀은 2025~2026시즌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카리를 비롯해 ‘연봉퀸’ 양효진, 정지윤까지 주축 공격수들이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강성형 감독의 지속적인 관리와 세터 김다인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팀들을 연이어 누르고 있다. 흥국생명도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세밀한 전술과 운영으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31일 4라운드 맞대결 전까지 현대건설은 3라운드 6전 전승을 달리며 승점 36(12승6패)로 선두 도로공사(승점 40, 15승3패)에 승점 4 뒤진 2위, 흥국생명은 승점 29(9승9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3라운드까지는 두 팀 모두 만족스런 성과로 반환점을 돌았다.

2025년 을사년 마지막날인 31일,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4라운드 첫 문을 열었다. 두 팀 모두에게 승점 3이 절실했다. 현대건설은 승점 3을 따내면 도로공사에 바짝 붙어 선두 도약의 기회를 엿볼 수 있고, 흥국생명은 승점 3을 따낼 경우 4위 GS칼텍스(승점 25, 8승10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안정적인 3위 수성 및 2위 도약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걸린 게 많은 맞대결인 만큼 두 팀은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1,2세트는 리시브에서 승패가 갈렸다. 1세트는 리시브 효율에서 현대건설이 33.33%로 흥국생명(19.05%)을 압도했다. 3라운드 MVP를 수상한 국가대표 주전 세터 김다인의 물오른 운영 아래 자스티스, 이예림, 카리가 각각 6,5,5점으로 고른 득점 분포를 가져가며 현대건설이 1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양상이 뒤집혔다.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이 38.89%로 현대건설(20.83%)을 앞섰다. 이번엔 흥국생명의 세터 이나연이 멍군을 불렀다. 흥국생명으로 돌아오기 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가 잠시 V리그를 떠났던 이나연은 ‘신인 감독 김연경’을 통해 주목을 받았고, 세터난에 시달리던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았다. ‘친정팀’을 상대로 이나연은 한결 성숙해진 경기 운영을 선보였고, 2세트는 흥국생명이 시종일관 압도하며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맞췄다.

3세트는 중반까지 1~2점차 접전을 펼치며 팽팽하게 전개됐다. 기세를 잡은 건 현대건설이었다. 13-12에서 카리의 퀵오픈과 피치의 포히트 범실, 이예림의 퀵오픈 성공까지 엮어 16-12로 달아났다. 정지윤의 컨디션 난조로 이날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은 이예림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히는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이날은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이며 화력에 힘을 더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리드를 이어간 현대건설은 23-17에서 자스티스의 서브 에이스로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뒤 24-18에서 양효진의 전매특허인 ‘앞차’(개인시간차성 오픈 공격)가 흥국생명 코트를 때리며 세트 스코어 2-1 리드를 가져왔다. 3세트 역시 리시브 효율(60%-39.13%)에서 승부가 갈렸다.

올 시즌 끈끈한 배구를 통해 상대를 쉽게 압도하지도 못하지만, 쉽게 지지도 않는 팀으로 변모한 흥국생명은 이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상대의 난조를 틈타 세트 초반 4-1로 앞서나간 흥국생명은 세트 중반 16-12에서 연속 5득점을 통해 21-12로 리드폭을 늘리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결국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이날 승부를 가른 5세트. 15점 승부라 세트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했다. 2-2에서 레베카의 퀵오픈이 성공했지만, 세터 이나연의 센터 라인 침범을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비디오 판독으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양효진의 서브를 받은 피치의 리시브가 네트 위로 넘어오는 것을 김희진이 상대 코트로 툭 밀어 넣으며 4-2로 앞서나갔다. 위기의 흥국생명은 카리의 공격을 피치가 막고 결자해지하며 다시금 승부의 양상을 접전으로 끌고 가는 듯 했으나 김희진의 오픈 공격과 정윤주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서 현대건설이 6-3으로 달아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수비로 어렵게 걷어올린 공을 카리가 연타로 툭 빈 자리에 꽂아 넣었고, 이어진 메가 랠리에서 김희진이 외발 이동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8-3으로 멀찌감치 달아나났다. 승기를 잡은 현대건설은 거침없었다. 8-3에서 레베카의 후위 공격을 이예림이 가로막으면서 리드 폭을 늘렸다.

흥국생명도 순순히 물러나진 않았다. 4-10에서 최은지의 퀵오픈 2개와 상대 범실로 7-10까지 따라붙었고, 7-11에서 김수지의 외발 이동공격과 레베카가 자스티스의 공격을 블로킹해내며 9-11까지 따라붙으며 승부를 안갯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엔 정신적 지주 양효진이 있었다. 오픈 공격에 이어 레베카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아내며 다시금 분위기를 현대건설로 끌고 갔고, 14-10에서 양효진이 다시 한 번 레베카의 공격을 막아내며 3시간 15분에 걸친 명승부를 세트 스코어 3-2(25-20 19-25 25-18 15-25 15-10)으로 끝냈다.

현대건설은 카리(23점), 이예림(16점), 자스티스(15점), 양효진(15점)까지 주전 네 명이 고른 득점을 가져간 반면, 흥국생명은 레베카가 55.17%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양팀 통틀어 최다인 33점을 퍼부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화력지원이 부족했다. 피치(10점)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없었다. 승점 2를 추가한 현대건설은 승점 38(13승6패)로 선두 도로공사에 승점 2차로 따라붙었고, 흥국생명은 승점 1을 추가해 승점 30(9승10패)에 도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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