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세]출협 윤철호 회장에 맥 못 추는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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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세]출협 윤철호 회장에 맥 못 추는 문체부

다음 달 24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른다. 2017년부터 세 번째 임기를 이어온 윤철호 회장(사회평론 대표)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임 제한 등 제도적 제약 때문은 아니다. 출판계 안팎에서는 그간 정부와의 잦은 충돌,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난 돌출 행보로 누적된 피로감이 결정적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측근을 기용해 실력 행사를 이어나가려는 태도가 엿보이는데, 문체부의 관리·감독은 찾아보기 어렵다.


출판계에서 윤 회장은 강성 지도자로 분류된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독단과 대치를 택해온 장면이 적지 않았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업에서 회계 투명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즉각 바로잡았어야 했다. 출협은 문체부의 묵인이나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라면 문체부 역시 방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출협의 회계 처리 미흡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배정되던 약 7억원 규모의 지원 방식을 바꿨다. 기존의 '출협 경유 지원'을 중단하고 출판사 직접 지원으로 전환한 것이다. 출협은 이를 두고 "정부 예산이 끊겨 도서전을 자체 예산으로 치렀다"고 여론전을 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예년보다 다소 줄었을 뿐 보조금은 참여 출판사에 직접 전달됐다.


정부 지원이 출협으로 들어오지 않자 윤 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밀어붙였다. 1954년부터 사단법인 출협 명의로 주최돼 온 도서전을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으로 바꾸는 안이 2023년 12월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현재 자본금은 10억원. 도서전 상표권을 현물 출자한 출협이 30%를 보유하고, 사회평론(윤 회장)과 노원문고가 각각 30%, 일부 출판사가 10%를 나눠 갖는 구조다. 출판계 일각에서 "지분 70%가 개인에게 집중됐다"며 사유화를 문제 삼는 이유다.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신정민 교유당 대표는 "정관 공개를 요구하자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사유화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법인카드 남용 등 운영 리스크를 누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출협은 최근 외부 비판과 내부 갈등이 겹친 상태다. 공급률 인하 요구 등으로 상생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쿠팡과의 석연찮은 업무협약,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명예훼손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에 대한 특별공로상 수여 결정은 출판계와 대중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국 격론 끝에 수상은 취소됐지만, 출협의 판단 기준과 공공성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윤 회장이 특정 후보를 후임으로 내세워 사전 유세를 벌이고 있다는 말도 돈다. 해당 인사는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 이사로, 기존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낙선할 경우 도서전 운영 배제를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법적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1954년 시작해 70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국제도서전이 소수 개인의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문체부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양심과 판단이 언제나 공공의 기준과 일치할 것이라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이제 필요한 것은 출판계를 방치하는 침묵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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