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항암제가 신약 개발과 투자 계약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은 점차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2일 삼정KPMG에 따르면 치료 분야별 글로벌 신약 개발 및 투자 계약에서 항암제 비중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35~38% 수준을 유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GLP-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다. 항암제가 특정 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GLP-1은 전 세계 성인 인구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만·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범용성과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존 1위였던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쳤다. 2025년 3분기 기준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합산 매출은 100억 달러(약14조 3610억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되며, 키트루다의 매출은 약 81억 달러(약11조 6283억)로 집계됐다.
GLP-1 계열 치료제의 약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2030년 매출 상위 10대 의약품 가운데 절반이 GLP-1 계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과 대사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많고 장기 처방이 가능한 만성질환 영역이라는 점에서 시장 잠재력이 크다. 이벨류에이트(Evaluate)가 발표한 '2030년 세계 의약품 시장 전망' 보고서는 "GLP-1 약물이 2030년까지 베스트셀러 상위 10개 중 5개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LP-1 경쟁 구도도 진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가 가장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구용 제제가 2020년대 말까지 비만 GLP-1 시장에서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과체중과 비만 1단계 환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한국인 대상 최대 3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으며, 정부의 신속심사 제도(GIFT) 적용 대상으로 지정돼, 2026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GLP-1과 글루카곤에 동시에 작용하는 비만 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전임상 단계에서 마운자로 대비 우수한 대사 촉진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도 GLP-1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21(FGF21)을 동시에 타깃하는 'YH25724'를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GLP-1 기반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텍 프로젠(Progen)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GLP-1 계열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고,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치료제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는 전 세계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차세대 GLP-1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박보람 기자 ram0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