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말 많아"…보이스피싱범 기운 빼는 '78세 할머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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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말 많아"…보이스피싱범 기운 빼는 '78세 할머니'의 정체

영국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기꾼들을 상대하는 인공지능(AI) 할머니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3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은 영국 통신사 버진 미디어 O2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78세 할머니로 설정된 AI 챗봇 '데이지(Daisy)'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데이지는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으로 듣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데이지는 2024년 11월 공개된 이후 사기꾼과 최대한 오래 통화하며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O2는 데이지의 전화번호를 보이스피싱 조직이 불법으로 거래하는 사기 대상 명단에 몰래 포함했다. 이를 모르는 범죄자들은 속이기 수월한 독거노인으로 착각해 전화를 걸고, 데이지는 계좌번호나 개인정보를 요구받을 때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일부러 이해하지 못한 척하며 대화를 지연하는 방식이다.


아사히신문은 데이지의 실제 통화 사례도 소개했다. 데이지는 사기꾼이 앱 설치를 유도하자 갑자기 빵이나 뜨개질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돌리고, 다급해진 범죄자가 짜증을 내면 "나이가 들면 원래 말이 많아진다"며 태연하게 받아넘기기도 했다.


O2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1000명 이상의 사기꾼이 데이지와 통화했고, 일부는 50분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이같은 방식은 '스캠베이팅(Scambaiting)'으로 불리며, 사기꾼이 AI와 통화하는 동안 실제 피해자에게 전화가 걸릴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다만 O2 측은 AI가 사기꾼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결국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계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는 즉시 끊고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O2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마케팅 시상식에서 '최고의 AI 활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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