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인공지능(AI) 모델 역량만으로도 향후 10년간 노동생산성을 연간 약 1.8%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피터 맥크로리 앤트로픽 수석 경제학자).
"AI 활용 수준이 높은 기업은 단기 생산성이 약 1.3% 감소하지만, 전환기를 통과하면 매출·고용·생산성이 모두 개선됩니다"(크리스티나 맥엘헤란 토론토대 교수).
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한 '2026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AI가 생산성과 고용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AI 도입 초기의 불가피한 전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현행 AI만으로도 노동생산성 연 1.8%P 상승 가능"
생성형 AI 개발사인 앤트로픽의 피터 맥크로리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AI와 의사결정의 경제학: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세션에서 "현행 AI 모델이 경제 전반의 직무에 적용될 경우 향후 10년간 노동생산성을 연 평균 약 1.8%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 적용 과정에서 병목현상 등을 고려하면 과대 추정 가능성도 있지만, 분석이 현행 모델 역량을 기준으로 한 만큼 향후 AI가 빠르게 발전할 경우 오히려 과소 추정일 수도 있다"면서 "현재의 AI만으로도 이미 경제를 혁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보다 보수적인 분석도 나왔다. 마티아스 쉬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조정책연구부 이코노미스트는 "AI가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간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을 약 0.3~0.9%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AI의 생산성 효과는 산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문·기술 서비스, 법률, 금융·보험 등 지식 집약적 서비스업에서는 효과가 크지만 건설·숙박업 등 현장 중심 산업에선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다만 노동 이동이 원활하다면 산업 간 격차 확대가 전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도입 초기엔 생산성 하락…"전환기 지나면 J-커브 반등"
AI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기업 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크리스티나 맥엘헤란 토론토대 교수는 미국 제조업 부문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AI 활용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단기 생산성이 약 1.3% 하락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단기 성과 저하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조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 도입 초기에는 고용 조정, 재고 증가, 산업용 로봇 도입 등 적응 과정의 충격이 단기 성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조정 국면이 일시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멕엘헤란 교수는 "이 전환기를 견뎌낸 기업들은 이후 매출과 고용, 생산성이 모두 개선된다"며 "AI의 효과는 초기에는 부정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는 제이(J)-커브 형태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AI, 화이트칼라 대체하나…소득 불평등 심화 가능성도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화당국도 AI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고용 효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AI와 규제 완화로 생산성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는 초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면서도 "초기 AI 투자는 데이터센터 등 고용 유발 수요가 제한적인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경제 전반에 완전히 내재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일자리 창출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성장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이트칼라 직무의 변화 가능성이 주목됐다. 로런스 슈미트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AI가 중기적으로 고등교육이나 숙련을 요구하는 전문직 수요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는 저학력·저임금·남성 지배적인 직업을 선호할 것"이라며 AI 발전이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기술 진보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로라 벨드캠프 컬럼비아대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사회 전반이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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