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해외진출 #월드컵…‘K리그1 MVP’ 이동경의 와신상담, 3대 동기부여 키워드 [SS신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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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해외진출 #월드컵…‘K리그1 MVP’ 이동경의 와신상담, 3대 동기부여 키워드 [SS신년인터뷰]
지난해 K리그1 MVP를 수상한 이동경이 최근 스포츠서울과 가진 2026년 병오년 신년인터뷰에서 지난해 MVP 수상 당시 스포츠서울 지면 액자를 받아든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이동경이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새해 소망은 해외 진출, 월드컵…훈련부터 100%로.”

2025시즌 ‘K리그1 MVP’에 빛나는 이동경(29·울산HD)은 스포츠서울과 신년인터뷰를 통해 2026년 병오년 새해 바람을 언급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지혜다. 울산 유스 출신으로 2018년 1군에 데뷔한 이동경은 특출난 ‘왼발 재능’을 입증하며 성장했다. 지난 2019년 9월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한 성인 국가대표팀의 태극마크를 달고 조지아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다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11개월 앞둔 2022년 1월. 대표팀 소집 기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소속이던 샬케04의 러브콜을 받고 임대 신분으로 꿈꾸던 유럽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상 변수에 휘말리며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이동경은 “샬케 시절 감독(디미트리오스 그라모지스)께서 나를 좋아했다. 나름대로 잘 준비했는데, 훈련 때 슛하다가 (발을) 잘못 짚었다. ‘뚝’소리가 났다. 병원에서 피로 골절 진단을 받았다. 시즌을 일찍 끝냈다”고 돌아봤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주요 리그는 추춘제를 시행한다. 이동경이 이적한 시기는 한창 순위 경쟁 중이다. 춘추제 환경에 놓인 K리거를 비롯해 동아시아 선수는 ‘시즌을 마친 몸’. 당장 경쟁력을 입증하기엔 몸과 정신이 최상이 아닐 때다.

샬케04 시절 이동경. 사진 | 샬케04 SNS
당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에서도 생존 경쟁에 몰두하던 이동경으로서는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리한 여정이었다. 처음 (유럽에) 나간 만큼 더 보여주고 싶었다. 또 팀이 1부 승격을 위해 중요한 시기여서 여유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샬케는 그해 1부 승격에 성공했다. 이동경과 임대 기간을 연장했는데, 중간에 그라모지스 감독이 경질됐다. 그의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결국 차기 시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2부 소속 한자 로스토크로 임대 이적해 잔여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시 울산 사령탑) 홍명보 감독께 ‘한국에 들어가고 싶다’고 전화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내가 계획에 있다고 해서 남았는데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이동경은 2023년 여름 울산 복귀를 선택했다. 독일에서 보낸 시간을 실패로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듬해 김천 상무에 입대 전까지 울산에서 8경기를 뛰며 7골5도움을 기록, 독보적인 활약을 뽐냈다. 입대한 뒤에도 5골 1도움을 추가, 프로 데뷔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군 팀에서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 지난시즌 군계일학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인 그는 최전방에서 연결 고리 뿐 아니라 해결사 노릇도 했다. 주발인 왼발을 활용한 부드러운 볼 터치, 빠른 템포의 슛은 절정에 달했다. 김천에서만 34경기를 뛰며 13골11도움을 기록했다. 전역한 뒤 울산에서도 2경기 1도움을 올렸다. 리그 공격포인트 전체 1위(25개). 외인 없는 김천이 3위에 오르고, 추락을 거듭한 울산이 1부에 잔류하는 데 버팀목이 됐다.

이동경.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2024시즌 베스트11 선정 이후 소감 말하는 이동경. 최승섭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하는 ‘홍명보호’에서도 ‘탈 K리거’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 중국전(3-0 승)에서 매혹적인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더니 9월 미국 원정 평가전(2-0 승)에서는 환상적인 왼발 힐킥으로 월드컵 개최국 골문을 갈랐다. 단순히 대표팀 내 입지를 다진 게 아니다. 3년 전을 더듬었다. 성숙해진 관점에서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빅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배를 통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최상의 몸을 유지하고 가치를 뽐내는 법을 익혔다.

이동경은 “과거엔 소속팀이나 대표팀 모두 오로지 내 경기력을 보이는 데만 주력했다. 지금 대표팀에 가면 어떻게 해야 수준 높은 선수와 어우러지며 도움이 될지 먼저 생각한다. 그게 소속팀에서도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 | 대한축구협회
독일에서 어두운 시간은 보약이 됐다. 전성기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동경은 새해 울산의 명가 재건을 도우며 해외 무대에 재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미국과 중동 주요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다만 유럽 재진출이 최우선이다. 아내는 또다른 동기부여. 이동경은 “아내가 (독일에서) 어려운 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 역시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아 한다. 다시 힘을 모아 도전하기를 바라더라. 해외에서 축구 선수 아내로 사는 게 쉽지 않은 데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유럽만 생각한다. 다만 미국도 생각보다 인프라가 잘 돼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리그여서 폭넓게 고민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3년 전과 다르게 몸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이동경은 “해외에서 오래 뛴 선배 모두 하는 말이 ‘훈련부터 전쟁’이라는 것이다. 처음 갈 땐 몰랐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훈련 때 부상을 방지하려고 느슨하게 하는 게 있다”며 “독일에 가보니 훈련부터 ‘(경쟁자인) 동료를 못 잡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쏟더라.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았기에 부상도 따랐다. 이제 다르다. 시작부터 지혜롭게 100%를 보일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 재도전과 궤를 같이한다. 이동경은 “월드컵은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소속팀에서 내 가치를 최대치로 발휘하면 카타르 때 이루지 못한 월드컵 본선 꿈을 북중미에서는 이룰 것으로 믿는다. 올해는 이 모든 걸 이루고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소망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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