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미국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군사 옵션 가능성을 둘러싼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면서 북극권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이 공식 견제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그린란드와 관련한 로이터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의 국가안보 우선 과제이며, 북극 지역에서 우리의 적들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러한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논의하고 있다"며 "물론,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사령관의 선택지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집권 1기 때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기습 체포 작전 이후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전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국가 안보 측면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며, 유럽연합(EU) 역시 우리가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성명에서 "그린란드 확보는 미국의 국가 안보 우선순위이며 북극권에서 적대국을 저지하는 데 필수"라며 "군 통수권자가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그의 아내이자 우파 성향 팟캐스터인 케이티 밀러는 소셜미디어(SNS)에 성조기로 표현된 그린란드 지도 이미지와 함께 "머지않아(SOON)"라는 문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향한 영토 병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유럽 국가들은 공식 견제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 등 7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것으로,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극권 안보는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집단적 협력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며 미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7개국은 "나토는 북극권이 나토의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해왔고, 유럽 동맹국들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와 많은 다른 동맹국은 북극권의 안전과 적대 세력 억제를 위해 주둔군, 활동,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와 이웃한 북유럽 국가들도 이날 오후 외무장관 명의의 연대 성명을 내고 "그린란드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공동으로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역내 억지력과 국방을 증강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의 그린란드 침공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 매입"이라며 군사적 옵션 검토설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루비오 장관이 전날 미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최근의 위협적인 발언들이 당장 군사 침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덴마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브리핑은 원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의 경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이 과정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멕시코나 그린란드에서도 무력을 사용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하면서 관련 설명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