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의회 예결위장 자리싸움… ‘김병기 폭로’ 도화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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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의회 예결위장 자리싸움… ‘김병기 폭로’ 도화선 됐다
정치자금 탄원서 쓴 전 구의원 중 한 명 2020년 예결위장 내정됐다가 물거품 金 측근 구의원이 대신 앉아 갈등 폭발 당시 회의록선 金 입김 영향 정황 확인 2020년 구의장 선출부터 매듭 꼬여 관례상 의장 순서였던 B의원 대신 초선 C의원 이례적 선출되며 잡음 해당의원 金 부인 유용한 법카 주인 당초 金과 친분 과시했던 A·B의원 C·D의원에 예결위원장 밀려나기도 같은 당 소속 구의원들 세력싸움에 구의회 파행 거듭… 피해는 지역민 몫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측이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 총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쓴 전직 서울 동작구의원들이 2020년 당시 동작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놓고 김 의원 측 구의원들과 ‘자리싸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7000억원 상당의 구 예산을 심의하는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가 여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초유의 금품수수 의혹으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2025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 의혹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탄원서 작성자 중 한 명이 당시 예결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였지만 의장을 지내던 김 의원 측 구의원이 ‘패싱’하고 다른 김 의원 측근을 앉힌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반발한 탄원서 작성자 구의원 2명은 국민의힘·무소속 구의원과 합세해 불신임 투표로 당시 의장을 끌어내리면서 완전히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단 게 지역 정가 전언이다. 당시 회의록에는 예결위원장 선임 강행 사태에 김 의원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된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11월2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에서 예결위원회 구성 및 위원 선임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었고 그 전에 양당 원내대표 합의로 A 전 구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 내정돼 있었다. A 전 구의원은 2023년 12월 B 전 구의원과 함께 김 의원 의혹 관련 탄원서를 작성한 인사다.

당시 의장이던 C 전 구의원은 본회의 당일 D 구의원이 예결위원장에 선출됐다고 기습 선언했다. 실제 회의록을 살펴보면 C 전 구의원이 선출 선언 직후 D 구의원에게 “나오셔서 인사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하지만 다른 구의원들이 의석에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퇴장하겠습니다”, “의사진행 발언하겠습니다”는 등 장내 소란으로 얼마 안 가 산회가 선포됐다.
김 의원 측근으로 평가되는 C 전 구의원은 김 의원 배우자가 썼다는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 명의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이례적으로 과거 본인이 지역주택조합장을 지낸 아파트 소재지인 지역으로 선거구를 옮겨 민주당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 과정에도 김 의원의 ‘영향력’이 끼쳤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C 전 구의원은 조합장 시절 공갈·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이후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C 전 구의원이 기습적으로 예결위원장에 앉히려고 시도했던 D 구의원 역시 김 의원 측근으로 탄원서에서 A·B 전 구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하거나 돌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A 전 구의원은 탄원서에서 2018년 지방선거 때 D 구의원으로부터 현금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B 전 구의원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D 구의원으로부터 전화로 “저번에 사모님(김 의원 배우자)한테 말했던 돈을 달라”고 해 당일 동작구청 주차장에서 1000만원을 전달했고 그해 6월 돌려받았다고 썼다.

당시 구의원들은 C 전 구의원의 D 구의원 예결위원장 기습 선출 시도가 김 의원 판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생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무소속이었던 한 전직 구의원은 “C 전 구의원이 의장으로서 정상적인 사회를 보지 않고 애먼 사람을 예결위원장에 지명했다”며 “김 의원이 당연히 뒤에서 한 것이다. 구의원이 자율적으로 그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건 추측이 아니고 거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전직 구의원도 “예결위원장은 순리대로 원래 A 전 구의원이 하게 돼 있었던 것인데, C 전 구의원이 다른 사람을 지명했다”며 “몇 사람 전횡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구의회가 좌지우지된 것”이라고 했다.

예결위원장 선출 파행 이후 얼마 안 가 2020년 11월20일 A·B 전 구의원과 국민의힘·일부 무소속 구의원이 본회의에 의장 불신임 안건을 올려 표결 의결해 C 전 구의원을 끌어내리고 B 전 구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내정한 대로 A 전 구의원이 예결위원장이 됐다.

그러나 C 전 구의원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되면서 12월15일 의장에 복귀했다.

C 전 구의원은 법원에 ‘민주당 동작갑 지역위원회 보좌관’ 등이 ‘예결위원장은 D 구의원임을 인정한다’고 쓴 ‘협의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사실상 동작갑 지역위원장인 김 의원의 ‘지원’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공천 헌금 관련 의혹으로 사퇴한 가운데 7일 서울 동작구 지역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최상수 기자 실제 회의록에서도 B 전 구의원이 “의장(C 전 구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작구의회 예결위원장 선출에 대해 민주당 동작갑 지역위원회 보좌관 등과의 협의가 있었음이 확인된다”며 “이는 동작구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해 12월21일 또 한 번 C 전 구의원에 대한 의장 불신임 안건이 본회의에 올라오고, 당시 C 전 구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A 전 구의원이 동작구청 관련 개발 사업 인허가 문제로 수차례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의장으로서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동작구 예산을 책임질 예결위원장으로 A 전 구의원을 선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불신임 안건은 한 번 더 의결됐다.

같은 당인데도 이들 구의원 사이에 갈등이 폭발한 건 당시 초선인 C 전 구의원을 이례적으로 의장에 앉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 설명이다. ‘관례’대로라면 B 전 구의원이 의장이 되는 것이었지만 김 의원의 ‘손길’에 C 전 구의원이 의장이 됐다는 주장이다.

한 전직 구의원은 “(탄원서상 B 전 구의원이 김 의원 측에 돈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2020년 3∼6월 이후) 7월에 의장단을 구성했는데, 돈이 오가는 몇 개월 사이에 B 전 구의원과 김 의원 사이가 안 좋아졌다. B 전 구의원이 미운털이 박힌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구의원을 지낸 다른 인사도 A·B 전 구의원에 대해 “그때 만났을 때 그 사람들도 불만이 많았다. 순리대로 안 되니까”라며 “(C 전 구의원 의장 선출은)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었다. 김 의원에게 신뢰를 받았던 것인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 앞을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 관련 의혹에 대해 "제명당하더라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김 의원 측과 일부 구의원 간 갈등이 계기가 된 탄원서를 둘러싸고 경찰 수사는 연일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김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을 묵인했다는 혐의로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수진 전 의원은 탄원서를 당 대표실에 전달할 당시 수석최고위원이었던 정 대표도 내용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김 의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김 의원의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 의혹 등을 고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을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 의원이 2024년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조사한 서울 동작경찰서에 직간접적으로 수사 무마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당시 동작서와 서울청 지휘부 사이에 사건 처리를 놓고 수차례 보완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동작서가 김 의원의 외압으로 무리하게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다만 당시 동작서장 등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해 김 의원 측과의 연락 등이 일절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

김승환·조희연·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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