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단기 육아휴직’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상반기 내 시행은 불발됐다. 육아휴직 경험이 추가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제도의 필요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 육아휴직 시행을 상정하고 올해 예산을 편성했는데 관련 법안이 연말까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노동부가 단기 육아휴직에 편성한 예산은 184억3600만원이다. 이달 본회의가 열려 통과된다고 해도 공포 뒤 시행까지는 6개월이 걸려 빨라야 하반기부터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는 가족의 모습. 연합뉴스 제도를 규정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달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수정·가결됐다. 가결된 개정안(대안)은 단기 육아휴직을 연간 1회, 1주 단위로 최대 2주까지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담았다. 3일 혹은 10일처럼 일 단위로는 쓸 수 없다는 의미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노동부는 경영계 우려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연속 10일을 쓰고 싶다고 할 때를 고려해 표현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는데,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사용자 측에서는 노무 관리 차원에서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주 단위’가 돼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경영계는 단기 육아휴직이 노무 관리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린다고 주장한다. 일 단위가 되면 이 같은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은 10일을 써야 할 경우 7일은 휴직을, 나머지 3일은 연차를 쓰는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측 의견을 더 들어 봐야 하는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3일만 사용한다고 할 땐) 3일짜리 (인력을) 대체해 집어넣기가 여의치 않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있다. 뉴시스 육아휴직 경험은 추가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일·가정 양립과 출산 간의 연계성: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자녀 기혼 임금근로 여성이 과거 육아휴직을 이용했을 때 추가 출산 확률은 상승했다. 반면 출산전후휴가와 추가 출산 간 상관관계는 유의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출산전후휴가가 사용자에게 자동 부과되는 의무 제도지만 육아휴직은 ‘신청주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육아휴직의 이용 가능성이 직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2024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육아휴직 대상자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89.2%였는데, 5∼9인 사업장에선 60.1%에 불과했다. 2023년에는 각각 94.1%, 55.4%로 격차는 줄었으나 불균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육아휴직 기간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평균 12.9개월, 5∼9인 사업장은 평균 11.8개월로 조사됐다. 2023년과 비교해 5∼9인은 변화가 없었고, 300인 이상은 0.3개월 늘어 결과적으로 격차는 확대됐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