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물 1컵, 뭐가 문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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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물 1컵, 뭐가 문제냐고요?”
‘속 쓰림’ 겪었다면 이유 있다…공복 물, 모두에게 같은 답은 아냐
다이어트와 피부 개선,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덧붙으면서 ‘아침 공복 물 500㎖’는 어느새 하나의 건강 습관처럼 굳어졌다. 알람을 끄자마자 물부터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침엔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게 가장 무난하다. 게티이미지 의료진 사이에서는 이 습관이 과학적으로 과장돼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을 마시는 행위 자체보다, 여기에 붙은 설명이 실제 의학적 근거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은 ‘해독제’가 아니다

8일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체내 노폐물과 독성 물질을 처리하는 역할은 간과 신장이 담당한다. 수분 섭취는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한 대학병원 내과 전문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미 몸속에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이 갖춰져 있다”며 “물을 마신다고 해서 독소를 직접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복 물이 ‘디톡스’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배변 활동이 있다. 아침에 물을 마신 뒤 화장실을 찾는 일이 잦다 보니, 이를 몸속 독소가 빠져나가는 과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이에 대해 “수분 섭취로 장 운동이 자극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변이 나온다고 해서 해독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쓸모없는 습관은 아니다…다만 효과는 제한적

그렇다고 아침 공복 물이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잠자는 동안 땀과 호흡으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 가벼운 탈수 상태를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실제로 수분 섭취가 혈액량 회복과 순환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은 의학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기상 직후 물 한 컵을 마시는 습관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양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체중 감량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연구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여러 임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수분 섭취량이 많은 그룹에서 체중 감소 폭이 더 컸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는 물의 직접적인 효과라기보다 식사 전 포만감이 커지면서 전체 섭취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한다.

◆‘500㎖ 공식’이 만든 오해…위장 약하면 오히려 부담

의료진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500㎖’라는 숫자가 마치 정답처럼 반복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특정 시간에 정해진 양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하루에 필요한 수분량은 체중과 활동량, 계절,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 공복에 찬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속쓰림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아침에는 미지근한 물을 소량씩 나눠 마시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며 “몸 상태에 따라 양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공복 물로 독소를 빼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 환자도 쉽게 만난다. 의료진은 이런 설명이 반복되면서, 인체의 복잡한 기능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침 공복 물은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 잠에서 깬 몸에 수분을 보충하는 일상적인 행동에 가깝다. 여기에 과도한 기대가 덧붙을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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