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유럽정신의학협회(EPA)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엘리사 비냐 연구팀은 인간의 땀 속 화학 신호가 타인의 뇌와 면역 체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공포·압박 상황을 유도한 뒤 채취한 땀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스트레스 땀’이 일반 운동 후 땀과는 전혀 다른 화학적 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픽사베이 이 스트레스 땀에 포함된 화학 신호는 의식적으로 냄새를 인지하지 못해도 코 안의 서골코기관을 통해 편도체로 전달된다. 실제 실험에서는 스트레스 땀 냄새에 노출된 사람이 즉시 불안 영역이 활성화하고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는 등 신체적 동기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인간이 동물처럼 냄새를 통해 위협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뒤셀도르프대 베티나 파우제 교수의 ‘화학적 의사소통’ 이론을 뒷받침한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감정 전염이 단순한 기분 저하를 넘어 면역 기능까지 약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스트레스 신호에 노출된 몸은 외부 위협을 감지한 것으로 판단해 방어 태세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암세포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과 밀폐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는 것이 간접흡연처럼 생물학적 방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감정 전염은 사람 간 관계를 넘어 반려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의 직무 스트레스가 높고 퇴근 후 업무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반추(rumination)’ 행동이 심할수록 반려견 역시 스트레스 징후를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
반려견은 자신의 불안을 ▲헐떡거림 ▲낑낑거림 ▲서성거림 ▲식욕 저하 ▲대소변 실수 ▲꼬리 말기 등으로 표현했으나 보호자 상당수는 이를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개가 사람의 목소리·표정·몸짓 신호를 빠르게 감지해 감정을 동기화하는 ‘감정 전염’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트레스의 강도 자체보다 퇴근 후 반추가 반려견 스트레스를 촉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무와 휴식 공간 구분, 명상·산책·일기 등 감정 정리 활동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