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봇대 없애기' 작업에 속도를 낸다. 사람은 물론 차량 이동에 불편함을 주고 소방 과정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전신주 지중화는 꾸준히 요구됐다. 시는 더딘 작업 속도를 감안해 올해부터는 신공법 적용과 공공기여 활용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2040년까지의 가공배전선로 지중화사업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중화사업 기본계획'은 도시계획 변경에 맞춰 5년마다 새로 수립하고 있는데, 2026년부터 새로 적용할 가이드라인은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
2026년 1월 기준 서울시 전체 지중화율은 1년 전과 비슷한 62%대다. 전봇대만 없애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 설비를 땅에 묻어야 해 굴착, 관로 설치, 복구 등 모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전력회사, 통신사 간 비용 부담 문제도 빈번하다.
새 지중화사업 기본계획에는 직전 5개년 계획 추진 과정에서 확인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점, 예산·재원 조달 과정에서의 한계 등을 모두 반영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도심 곳곳에서 진행한 대규모 정비사업, 땅 꺼짐 등 지반 상황, 주요 간선도로 변경 상황, 기존 노후매설물 노후 상태 등도 새 변수로 다룬다. 이에 맞춰 자치구별 우선순위 구간을 재선정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최근 진행한 전문가 자문심의에서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신기술 및 신공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기존의 넓은 도로 굴착 방식에 비해 최소 굴착만으로 시공이 가능한 미니트렌칭, 지중에 수평 방향으로 굴착을 진행하는 지향성압입(HDD) 공법, 개별 설치되던 기기를 지하 배전스테이션에 집합 설치하는 지하형 콤팩트 배전스테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같은 신기술·신공법은 지방자치단체 부담 비율이 높아 예산 확보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공공기여 인센티브를 활용하거나 '가공배전선로의 지중이설사업 운영기준'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지난달 말 '공중케이블 정비협의회'를 열어 지중화 사업 관련 예산을 5년간 3조원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Dig-Once(한 번 굴착)' 원칙에 따라 한 번 굴착으로 모든 시설물을 매립해 중복굴착을 방지하는 관리안도 수립 중이다. 정부는 지하매설물 관리기관 간 공동계획 및 사전협의 절차를 마련할 방침으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중장기 관점의 지하매설 인프라 관리안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사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 교통흐름 방해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재 위험, 소방 상황 시 시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관계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지중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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