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KBO리그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국제대회 성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8강 토너먼트가 열리는 마이애미에 가야 팬 성원을 어느정도는 충족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출항에 나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9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사이판으로 출국했다. KBO리그 선수 28명이 포함된 적지 않은 규모다. 2013년부터 본선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WBC 대표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사이판 전지훈련은 말그대로 예열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고 실전대비 훈련을 시작할 몸상태를 만드는 과정이다. 롱토스를 포함한 캐치볼, 개인 루틴에 따라 하프피칭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선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을 빨리 시작하는 건 WBC 개막이 3월초여서다. 정규시즌보다 한달가량 빨리 실전을 치러야 하고,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소속팀으로 돌아가 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오버워크, 부상 등을 예방하려면 일찍 훈련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류지현 감독의 출사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목표가 고작 8강이라니 실망감을 넘어 충격적이다. 본격적인 담금질도 아니고, 체력훈련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잡은 목표로 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실력을 떠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이라면 일단 “목표는 우승”이라고 외치는 게 당연하다.
대표팀 사령탑의 입을 통해 나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선언적이다. ‘8강만 가면 목표 달성’이라는 인식이 선수단에 퍼지면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WBC에서 부진해도 소속팀에서 활약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싹튼다. 국제대회 성적이 연봉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8강만 해도 2009년 이후 최고 성적이니 ‘잘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숨을 공간을 감독이 선언해버린 셈이다.
자세를 낮춘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괜히 ‘우승’을 외쳤다가 놀림감이 될 필요 없다. 냉정하게, WBC 대표팀을 향한 기대치가 ‘8강만 해도 선방’이기도 하다. 특히 마운드는 참혹한 수준이고 ‘낯선상대’에 대한 대응력과 돌발상황 타개책 등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선수들이 모였고 모든 선수는 우승을 노리므로 감독까지 부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차하면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고초를 겪을 수도 있으니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야구인 특유의 ‘네가 그렇게 잘났느냐’는 핀잔도 겸양의 미덕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우승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비아냥을 피하고 싶으니 현실적인 목표를 시작단계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좋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 수준은 8강도 감지덕지’라고 꼬리를 내리면, 선수들의 땀과 팬 응원의 가치도 떨어진다. 사이판에서 돌아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다시 모였을 때는 “준비는 끝났다, 목표는 우승”이라는 패기를 기대한다. 국가대표는 언제나 당당해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