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년운세를 확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철학관이나 역술인을 찾거나 유료 사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공짜 AI로도 손쉽게 운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AI 사주' 인기
최근 직장인 김모씨(30)는 신년을 맞아 챗 GPT를 통해 신년운세를 확인했다. 그는 "올해 이직을 하고 싶어 이동운에 대해 물어봤다"며 "'이동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이고 특히 1~3월 이직운이 좋다'는 답변을 받아 연초 이직 준비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주를 전적으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고, 현재 상황을 돌아볼 수 있어 의미 있게 느꼈다"며 "궁금한 점을 계속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챗 GPT를 통한 사주풀이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등을 입력하면 성향 분석을 비롯해 직업운·재물운·연애운 등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이 제공된다. 이후 추가 질문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올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을 질문하면 "감정과 피로가 누적돼 번아웃이나 갑작스러운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참고 미루기보다는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답변이 제시되기도 한다.
생성형 AI 활용에 능숙한 MZ세대가 AI 사주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높은 접근성과 즉각성이 꼽힌다. AI 사주는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질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 철학관이나 역술인을 찾아가는 것과 차별화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돼 주변에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까지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AI 사주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5년 고용동향 특징과 2026년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21만3000명 감소해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AI 사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검색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네이버에서 'GPT 사주' 검색량은 4390여건으로 전월 대비 129.48% 증가했다. 블랙키위는 이달 말까지 GPT 사주 예상 검색량이 1만8800여건으로 전월 대비 46.8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챗 GPT 내에서도 AI 사주 서비스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PT 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는 '운세박사 타로'가 1위를 차지했으며, '운세박사 GPT'와 '사주팔자 명리학' 등 점술 관련 서비스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GPT 스토어는 글쓰기·그림·심리상담 등 다양한 작업을 돕는 맞춤형 GPT 챗봇을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새해 계획도 AI와 함께…AI 활용 일상화
젊은층에서 AI를 활용해 신년 운세를 알아보는 것뿐 아니라 신년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 사주풀이로 한 해의 흐름을 살펴본 뒤, AI를 활용해 새해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건강'을 목표로 설정하고 개인의 신체 조건이나 생활 패턴을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춤형 운동·식습관·생활 관리 계획을 단계적으로 제시해준다. 추상적인 목표를 실행 가능한 항목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AI의 조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AI 불안 경험 및 인식' 보고서를 통해 "AI는 2022년 말 챗 GPT 공개 이후 단기간에 전 세계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다"면서도 "AI가 내놓는 답변의 사실관계 오류는 정보 신뢰 체계를 흔들고 있으며, 개인정보 침해와 상업적 오남용 위험은 개인 권리 보호에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AI의 효용을 극대화하면서도 사회구성원들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선 AI 답변의 신뢰성 제고, 개인정보 보호 강화, 노동시장 변화 대응 등 다층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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