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안성재(왼쪽), 가수 백현. 뉴시스 가수 백현. 뉴시스 최근 연예·방송계를 둘러싼 근거 없는 악플과 루머가 다시 한번 도를 넘고 있다. 특정 발언이나 행적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추측만으로 유명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엔터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 중인 셰프들을 향한 악성 댓글이 논란이다.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를 두고 화교 출신이거나 공산당과 연관돼 있다는 등 근거 없는 루머가 퍼졌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악의적 비방과 혐오 표현이 이어졌다. 해당 루머는 사실로 확인된 바 없는데도 일부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을 키웠다. 안성재 셰프뿐 아니라 다른 출연 셰프들에 대해서도 외모, 경력, 국적 등을 문제 삼는 악플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연예인을 향한 악플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그 정도가 한층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성에 기대 허위 사실을 반복 유포하거나 개인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방식의 악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해외 계정 악플까지 등장하면서 대응 역시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들은 국경을 넘는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와 빌리프랩은 미국 법원을 통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약 3000건에 달하는 악성 게시물을 작성한 익명 계정의 정보를 확보했다. 해당 계정은 그룹 엔하이픈과 아일릿 등 소속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성 주장을 반복 게시했다. 지난해부터 당사자 특정에 집중해 온 하이브는 해당 사용자의 IP 주소가 아르헨티나로 확인하면서 현지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과 예비증거 신청서를 제출했다. 향후 현지 민사 소송과 추가적인 민형사상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다른 소속사들도 잇따라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룹 에이티즈의 소속사도 최근 “허위 사실 유포와 악의적 비방, 명예훼손 및 성희롱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 제보와 자체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게시물에 대한 고소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일부 사안은 이미 수사 단계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가수 백현, 그룹 트리플에스 등 역시 소속사를 중심으로 악플 대응 공지를 내며 무분별한 공격에 맞서 아티스트 보호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최근 악플 피해가 급증한 이유로 SNS 알고리즘을 통한 자극적 콘텐츠 확산, 익명 계정의 난립, 혐오 표현에 대한 낮은 문제 인식 등을 꼽는다. 특히 국적·출신 등과 관련된 루머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감정적 반응을 유도해 악플로 확산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대응과 함께 플랫폼의 책임 강화, 이용자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속사 차원의 강경 대응은 경고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악플을 ‘표현의 자유’로 오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악플은 단순한 감정 표출을 넘어 허위 정보의 반복 유포와 정체성 공격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출신 국적이나 성별 등을 문제 삼는 표현은 명백한 차별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자극적인 루머일수록 확산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허위 정보가 사실처럼 소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속사 차원의 법적 대응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플랫폼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또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공유를 경계하는 이용자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