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허영만 문하생에서 타투이스트까지…‘다층적 배우’ 이재민, 경계에서 쌓아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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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허영만 문하생에서 타투이스트까지…‘다층적 배우’ 이재민, 경계에서 쌓아가는 힘
배우 이재민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연극계에 이렇게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배우가 또 있을까.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출발해 타투이스트로 생계를 꾸리고, 연극 무대에서 단단히 내공을 쌓은 뒤 장편영화까지 스며든 배우 이재민의 궤적은 단선적이지 않다.

1979년생, 만 46세인 이재민은 연극 ‘아벨만의 재판’, ‘안티고네’, ‘국물 있사옵니다’, ‘빈처’, ‘조선협객’ 등 다수의 무대에서 활동해온 배우다. 영화 ‘쎈놈들의 반란’, ‘찌라시’, ‘긴잠’을 거쳐 최근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장편영화 ‘개구리’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하트 투 하트’, ‘혼술남녀’, ‘램핑’ 등 방송 연기 경험도 즐비하다.

그런데 이재민의 출발점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20대 초반까지 만화가 이현세, 허영만의 문하생으로 활동하며 만화가의 길을 꿈꿨다. 그러나 급변한 만화 시장 환경 속에서 방향을 바꿨고, 그 선택은 배우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그는 연기를 지속하기 위한 경제적 기반으로 11년 차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 외 그림과 만화 그리기, 복싱은 그의 특기이자 삶의 일부다.

2024년에는 연극 ‘하지 마’를 통해 작가와 연출을 동시에 맡으며 창작자로서의 영역도 확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재밌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며, 배우에 머물지 않는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최근 참여한 영화 ‘개구리’는 2026년 개봉 예정인 스릴러·드라마 장편이다. 군대 내 폭력적 위계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모범적인 인간’이 되려던 남자 김진욱이 끝내 자신과 타인을 지키지 못하고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재민은 극 중 ‘경선의 남편’을 연기했다.

그가 맡은 인물은 사고 이후 잠금 증후군 상태로 살아가며 말도, 움직임도 없이 존재한다. 직접적인 행동은 거의 없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경선과 주인공 진욱의 선택과 감정을 규정하는 핵심 인물이다. 서사 구조상 침묵이 가장 큰 압력을 갖는 역할이다.

이재민은 “오랜만에 영화 작업이라 역할의 비중과 관계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며 “등장 분량은 많지 않지만 침묵으로 모든 인물의 감정을 흔드는 인물이라 눈빛 연기가 중요했고, 감독도 이를 강조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캐릭터의 상징성을 고려해 외형적 리얼리티에도 공을 들였다. 삭발은 물론, 촬영 전 4일만에 5kg을 감량하며 인물의 상태를 몸으로 구현했다.

평소 복싱을 꾸준히 수련하고 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참가한 경험 덕분에 체중 감량 자체는 버틸 수 있었지만, 그는 “촬영 내내 굶다 보니 짜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며 웃음을 섞어 당시를 떠올렸다.

이재민의 향후 계획은 분명하다. 배우로서의 성장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동시에 연기에 맞닿아 있는 글쓰기와 연극 연출도 병행하며, 즐겁게 오래 가는 배우의 길을 그리고 있다.

한 가지 이름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력은 오히려 그의 무기다.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삶의 현장을 오가며 쌓아온 이재민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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