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 평화중재’ 프레임 무력화… 대남 주도권 잡기 노림수 [제2 무인기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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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李 평화중재’ 프레임 무력화… 대남 주도권 잡기 노림수 [제2 무인기 사태]
공개 시점·의도 분석 韓·中 회담 뒤 양국 밀착에 압박 느껴 李 귀국 직후 인민군 대변인 성명 내 韓 ‘평화’ 내세우면서 ‘정찰’ 감행 부각 韓·美 훈련 조정 등 대화 노력에 찬물 남북관계 복원 노력 탄력 잃을 가능성 우리측 조사로 신뢰형성 계기 될 수도 향후 도발 정당화 논리적인 근거 쌓아 北 ‘민간비행물체 활용’ 맞대응 가능성
북한이 10일 공개한 ‘한국발 무인기 침투’ 사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장애물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의 개입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고, 북한 당국도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하며 일단 지켜보는 단계이지만 무인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북한이 제2의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된다.

11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4일 일어난 사건을 북한이 6일 뒤에 발표한 것부터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는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 중재’ 프레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가장 유력하다”며 “한국이 앞에서는 평화를 외치며 뒤에서는 정찰을 감행하는 위선적 정권이라고 국제사회에 프레임을 씌우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성 논에 추락했다는 무인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한국의 무인기가 지난해 9월, 지난 4일에 북한에 침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전자공격을 받아 개성시 장풍군 논에 추락했다는 무인기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무인기 잔해 분석 결과 발표에 시간이 걸린 것은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본 다음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의식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10일 노동신문 2면에 게재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은 이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나왔다. 임 교수는 “이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관계 개선) 중재를 요청하고 유화 메시지를 보낸 직후 나온 성명이란 점에서 양 정상의 밀착 구도가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평화 메시지가 김정은 체제에 역설적으로 실질적인 압박이 되고 군사적 도발 명분을 주는 역효과를 고려해 보다 정교한 대북 정책과 메시지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세적으로 제9차 당대회 개최 전 상황이 발생했고 내용을 공개한 부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를 법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정세를 의식해 공개했는지 여부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우리 정부가 올해를 원년 삼아 추진한다고 밝힌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을 거론하면서까지 대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국제정세 유동성이 심화되고 남북관계 긴장 고조로 인해 올해 4월까지 박차를 가하려던 남북관계 복원 노력이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한반도 평화 구상의 진정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실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해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천적으로 탐색이 어려운 무인기에 대해 북한은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특히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전 일어난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가 준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 양 교수는 “북한은 무인기 운용을 체제 존엄 및 안전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며 대북전단과 유사하게 인식한다”며 “이번 기회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며 남북대화의 선결조건을 추가한 것”이라고 봤다.
개성 논에 추락했다는 촬영 장치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한국의 무인기가 지난해 9월, 지난 4일에 북한에 침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무인기에 장착되어 있었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촬영 장치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일단 북한은 무인기 침투 사실을 공개한 다음 날인 1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도발 의도가 없다고 한 한국 국방부 입장은 현명하다”고 밝혀 긴장을 커지는 것을 자제했다. 양 교수는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무인기 사건의 확대재생산보다 재발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고, 우리 측의 철저한 조사 결과가 남북한 신뢰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숨은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 교수는 “김 부부장의 발언은 겉으로 한국 국방부를 칭찬하는 듯한 ‘평가’ 형식이지만 실은 주도권 우위 등을 겨냥한 고도의 계산된 수사”라며 “이재명정부가 평화공존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절제된 메시지를 약점으로 간주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또한 향후 감행할 도발을 정당화할 논리적 근거를 축적해 북한이 ‘민간 비행물체’를 활용한 맞대응을 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임 교수는 “김 부부장이 언급한 ‘민간 비행물체 출현’ 위협은 과거 오물풍선을 넘어서서 무인기 기술을 결합한 진화된 회색지대 도발을 이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우라늄 광산, 침전지, 국경 초소 등 무인기가 촬영한 대상을 비롯해 비행 경로와 촬영 기록을 상세한 수치로 공개한 것 또한 ‘전자전 및 포렌식 능력’을 과시한 의도로 분석된다. 한국 군에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고도의 심리전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해석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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