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청 폐지 후 신설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안을 12일 내놓으면서 ‘수사·기소 분리’의 뼈대는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예상보다 확대된 데다 검찰처럼 법률가·비법률가의 이원화 조직 구조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개혁의 취지가 퇴색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개혁 논의 과정의 ‘뜨거운 감자’인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 역시 결론 내리지 않아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등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2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를 9대 중대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제2의 검찰청” 논란…선 그은 정부 이날 공개된 정부의 중수청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의 수사 대상은 기존 검찰이 맡았던 부패, 경제 범죄 외에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범죄까지 아우르는 일명 ‘9대 중대범죄’로 범위가 늘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능적·조직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를 중심으로,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거나 국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공소청 또는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와 개별 법령에 따라 중수청에 고발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
법안에는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공소청 검사에 통보하도록 하되 수사의 공정성·효율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또 하나의 대형 수사기관이 탄생하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사 범위 확대뿐만 아니라 중수청 조직이 검찰청처럼 이원화 체계로 운영된다는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수청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1∼9급 ‘전문수사관’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이는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뉘는 검찰청과 같은 구조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검사들은 공소청이나 중수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공소청 근무를 희망한다는 검사가 77%로, 중수청 근무 희망자(6.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원화 체계는 이런 조사 결과를 의식해 검사 유인책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사법관 사이의 동질성으로 인한 카르텔화 우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우수 인력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됐다.
추진단은 중수청 조직 이원화를 두고 제기되는 우려에 선을 긋고 나섰다. 이날 추진단은 “‘제2의 검찰청’, ‘법조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조직을 이원화해도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전직하고 고위직에도 제한 없이 임용되도록 해 인사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했고 검찰 외 경찰, 다른 분야 다양한 전문가에게도 열려 있는 체계로 설계해 수사 역량이 확보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5급 이상 전문수사관은 전직 절차를 통해 수사사법관으로 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게 추진단의 설명이다. 아울러 행전안전부 산하에 설치되는 중수청이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추진단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수사에 있어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보완수사권 놓고 갑론을박 이어질 듯 기소·공소 유지 전담기관이 될 공소청법안에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입법안을 발표하면서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한 결론을 포함하지 않고 추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만 밝혔다.
추진단은 이날 ‘공소청 검사는 더 이상 범죄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란 질문에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와 ‘수사 개시’가 삭제되므로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직접 인지수사는 구조적으로 차단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와 관련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 개시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송치 사건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통상 보완수사라고 불린다. 정부조직 개편의 후속 입법 과제 중 하나인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이 보완수사권의 존치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김주영·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