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겸직하던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13일 밝혔다. 조직 쇄신 차원에서 농협중앙회의 대표이사 일부도 사퇴한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임원이 사퇴하는 데다가 실질적인 구조 변화는 없어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강 회장은 13일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11년 전산장애로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15년 만이다.
강 회장은 관례에 따라 겸직한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 회장은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사업전담 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임원 교체도 단행한다. 강 회장은 "이번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준섭 전무이사,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 사장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농협의 대표이사급 임원은 전무이사(부회장), 농업경제대표, 축산경제대표, 상호금융대표, 조합감사위원장, 감사위원장 등 6명이다.
숙박비 상한 초과 등 권한 남용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달러(36만원)를 초과한 것은 송구하다"며 "관련 비용 4000만원은 전액 환입 조치하고 앞으로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도 구성한다. 개혁위원회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 지배구조를 비롯한 임원 선거제도 등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구조적 문제에 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계·학계·농업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이뤄질 방침이다.
다만 이번 쇄신안이 농협중앙회의 실질적인 개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그대로다. 중앙회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비상임이사가 임추위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위원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중앙회 특별감사에 참여했던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중앙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사하고 자금 집행인데, 이 부분이 빠져있다"며 "인사추천위원회의 기능 복원, 무이자자금 통제 등을 위해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협이 쇄신하는 것처럼 보여도 언제든 원상복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원 교체도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지 전무이사와 여 상호금융이사는 임기가 2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또 이번 사태의 핵심인 강 회장에 대한 징계 내용은 전무하다.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이 농협신문사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쇄신안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이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며 "이번에 교체된 사람들은 회장과 트러블이 있다는 말이 많았고 실제 주요 은행장이나 조합감사위원장은 아무도 교체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주경제=권성진 기자 mark1312@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