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조 ‘농어촌 기본소득’ 효과 검증 과제로

글자 크기
최대 5조 ‘농어촌 기본소득’ 효과 검증 과제로
1월 말부터 시범지역 10곳 시행 주민에게 월 15만원 지역화폐 지급 시범지역에만 국비 지원금 2341억 인구감소 69개군 확대 땐 年 4.9조 현 평가기준서 ‘성과도출’ 20점 그쳐 조직·인력 등 기초 인프라 45점 배점 삶의 질 변화·경제 활성화 반영 절실 “정교한 성과지표로 측정해야” 지적
농어촌 기본소득이 이달 말, 내달부터 본격 지급되면서 사업 평가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범대상 지역 10곳 주민에게 월 15만원(최대 20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이 사업은 평가 결과가 좋을 경우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인구감소지역 활성화 해법으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구감소지역 전체로 확대될 경우 매년 4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시범사업 효과가 제대로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계획’상 평가기준을 보면, 전체 배점 100점(가점 제외) 중 ‘성과도출’은 20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할 때 전담 조직과 인력 현황, 예산 확보 계획 등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45점이 배점돼 가장 높았는데, 성과도출 관련 배점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게 반영된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중장기 효과보다는 일단 사업 시행을 위한 기초 인프라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시범대상 지역을 선정한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과도출 지표의 하위 과제로 정부는 △기본소득 연계 순환경제 △사회서비스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과 관련한 추진계획의 구체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특정 지역과 업종으로의 소비 방지 계획 및 소비처 부족 지역의 소상공인 다양화 추진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도 평가 항목에 넣었다.

시범사업 지역 선정 시 성과도출 반영 비중이 낮았지만, 향후 시범사업의 정책효과를 검증할 때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범사업 단계임에도 벌써 본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시범사업 공모계획에서 대상 지역의 △주민 삶의 만족도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 △인구구조 변화 등 정책효과를 모니터링한 뒤 본사업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괄 연구기관과 사업대상지 지방연구원 등과 업무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시범사업 대상 지역별 모니터링 및 정책효과를 평가 분석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전환되면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급증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당초 정부가 지난해 10월 경기 연천 등 7곳을 선정했지만, 선정되지 못한 지역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0곳으로 확대된 바 있다. 이에 국비 지원 금액 역시 1703억원에서 2341억원으로 증액됐다. 농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이 인구감소지역 69개군으로 확대될 경우 매년 4조9010억원(국비 1조9604억원, 지방비 2조940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된다.

이에 따라 성과지표를 더욱 촘촘히 설계해 농어촌 기본소득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올해 시범사업 성과지표로 주민등록 인구 감소세 완화율 5%, 사업자 등록수 증가율 1%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 농해수위 이정은 수석전문위원·황충연 전문위원은 올해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 성과지표들은 그 측정대상과 목표가 다소 미흡하게 설정된 측면이 있다”면서 “가구소득, 지역 만족도 등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변화, 지역경제의 실질적 활성화 지표(고용률, 사업체 생존율, 지역 내 소비지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기본소득 연계 지역 활성화 계획을 시범대상 지역 지자체와 함께 수립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도로 4개 팀 80명의 전문가들이 성과지표를 개발 중이며, 정부도 참여하고 있다”며 “경제, 사회, 행정 각 영역별로 기본소득 시행 효과를 증거에 기반,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