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농사를 빼앗는다는 우려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농업의 가장 큰 위험은 기상이변과 가격 변동, 병해충이다. AI는 이 위험을 줄이고 판단을 돕는 조력자다. 예를 들어 병해충이 의심되는 잎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물어보면 원인 가능성과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날씨 예보와 과거 기록을 함께 분석해 살포 시기를 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혜성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특히 최근처럼 기후가 불규칙해질수록 경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구간이 늘어나는데, AI는 그 빈틈을 메우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물론 AI는 항상 정답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농약 라벨, 농업기술센터 상담 등과 함께 확인하며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결정권이 여전히 농업인에게 있고, AI는 결정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점이다. 첫 번째 준비는 스마트폰을 ‘전화기’가 아니라 ‘농사 도구’로 쓰는 습관이다. 사진 찍기, 음성 입력, 메모 남기기 같은 기본 기능만 익혀도 AI 활용의 절반은 끝난다.
두 번째는 감(感)을 기록으로 바꾸는 습관이다. 고령 농업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경험이지만, 기록되지 않으면 전수되지 않는다. 날짜, 작업 내용, 기상, 병해충, 수확량을 짧게라도 남기면 AI는 그 기록을 분석해 농업인의 판단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AI를 ‘비서처럼’ 쓰는 습관이다. “이번 주 날씨 보고 작업 일정 추천해 줘”, “내 농산물 판매 문구를 3줄로 써줘”, “지원사업 신청 요건을 쉽게 설명해 줘” 같은 질문만으로도 농업인은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AI 확산 과정에서 디지털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는 장비 보급보다 ‘사용 습관’ 형성이 먼저다. 따라서 정책은 스마트팜 시설 지원만큼이나, 사진·기록·음성입력 같은 기초 활용 교육과 디지털 안전교육(사기·개인정보 피해 예방)에 투자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모르는 링크 클릭 금지” 같은 단순한 원칙 하나가 농업인을 지키는 안전망이 되기도 한다.
AI 시대 농업의 승자는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도구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이다. 거창한 장비나 전문지식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기록하고 질문하는 작은 습관이다. 그 습관이 쌓일 때 AI는 농업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이제 농촌이 가져야 할 자세는 ‘배워야 한다’라는 부담이 아니라 ‘써보자’라는 용기다.
이혜성 농협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