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 논란을 둘러싸고, 연임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이사회 독립성과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회장의 재임 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하고 주주와 시장이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장기 재임이 문제는 아니다’라는 점을 전제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상시적인 CEO 후보군 관리와 승계 프로그램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구조라면 장기 재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왕적 리더십과 권력 독점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15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금융산업은 정부 주도의 관치금융에서 시작됐다”며 “과거에는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와 규제 이해 능력이 금융기관 수장의 핵심 역량이었고, 이 유산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CEO를 견제할 독립적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교수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는 등 엄격한 절차가 있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이사회 전체를 회장의 측근으로만 예단해 비판하는 것은 대안 없는 지적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장기 집권을 두고는 효율성과 부작용이라는 양날의 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집권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 전 교수는 “금융산업은 규제가 복잡하고 업무 파악에 드는 시간인 ‘러닝커브’가 긴 만큼, 중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인공지능(AI) 전환이나 디지털 혁신처럼 비교적 단기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과제의 경우, 장기 재임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고 오히려 잦은 CEO 교체가 조직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 교수는 이러한 효율성이 견제 장치 없이 방치될 때 ‘제왕적 리더십’으로 변질된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연임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이사회 독립성과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장기집권을 문제 삼으며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도 팽팽하다. 로스쿨 교수는 이를 “전형적인 관치”라고 표현하며 “능력과 성과가 검증된 경영진의 재임 기간만을 문제 삼는 것은 경영 인센티브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지주 현실을 감안하면, 당국의 개입이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스쿨 교수는 “잘나가는 회장을 당국이 압박해 교체하게 할 경우, 이는 주주 이익 침해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향후 국제투자분쟁(ISDS)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이드라인 형태의 ‘연성 규범’으로 연임을 제한하는 방식 역시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계 시각은 보다 비판적이다. 이지섭 한국노총 실장은 “임원추천위원회 등 제도는 계속 보완되면서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사외이사가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채워지면 어떤 제도도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보은성으로 계열사 대표나 고문 자리를 맡는다면 이는 바로잡아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하며 "예컨대 증권에서 30년을 일한 사람이 갑자기 은행장이 되거나, 전략·관리 중심 인사가 고도의 투자 전문성이 필요한 자회사 대표를 맡는 인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사가 보은 성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