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성 경력 단절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낮은 임금과 과중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이 겪은 문제는 단순한 처우 개선 차원을 넘어, 돌봄 노동의 가치 자체를 재평가하고 노동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이미애 학술연구교수는 17일 한국이민정책학회보에 실린 논문 '조선족과 필리핀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저항에서 권리 주체화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24년 4~5월 필리핀 가사도우미 21명과 통역자 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을 진행해 노동 환경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사업 초기 6개월 동안 세전 기준 월평균 192만원을 받았으나, 주거비와 보험료, 통신비 등 공제 후 실제 손에 쥔 돈은 118만원에 그쳤다. 이는 2024년 기준 한국 월 평균 임금(373만7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액수다. 시급도 9860원으로, 내국인 아이돌보미(1만3590원)나 가사사용인(1만4000~1만5000원)보다 27~35% 낮게 책정됐다.
특히 주 3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해도 월 47만~52만원 수준의 공제가 이뤄져 실수령액이 100만원을 밑돌았다. 연구진은 이들이 당초 업무 범위였던 아이 돌봄을 넘어 집 안 청소·설거지·반려동물 돌봄·영어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떠맡았다는 증언도 확인했다.
이미애 교수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당사자인 이주 가사 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점을 꼽았다. 그는 "정책의 기획·운영·평가 단계에서 노동자 경험을 반영하지 않으면 현장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장 이동 시 체류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단순히 임금 수준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아이 돌봄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가사노동의 경제적 기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양질의 돌봄과 일자리'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4년 9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작한 해당 사업은 1년 만에 폐지됐으며, 이미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다른 E-9 비자 체류기간 연장 등의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됐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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