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달이 아름답네요" 고백을 무대에서 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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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달이 아름답네요" 고백을 무대에서 구현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마음' 등을 쓴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에서 근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설국'으로 유명한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조차 나스메의 위상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다. 2000년 아사히 신문이 지난 1000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 설문조사를 했을 때 나쓰메가 1위, 가와바타가 9위였다.


나쓰메와 관련해 '달이 아름답네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나쓰메가 영문학 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나는 너를 사랑한다'로 번역하자 나쓰메가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절제해 여운을 남기면 더 아름답다는 의도 정도로 해석된다.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의 첫 장면은 나쓰메의 일화가 연상돼 흥미롭다. 비하인드 더 문은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삶을 다룬 1인극이다.


극은 콜린스와 아내 패트리샤의 첫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한다. 함께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콜린스는 꽤 수줍어한다. 차마 패트리샤에게 예쁘다고 말하지 못 한다. 대신 자신은 지금 공군 전투기 조종사지만 원래 달이 좋아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다며 달이 참 예쁘지 않냐고 에둘러 말한다.


콜린스와 동료들은 아폴로 11호를 타기 전 가족에게 편지를 남긴다. 아폴로 11호에 탄 콜린스와 동료들에게 가족들이 보낸 영상 편지가 전달된다. 영상 편지에서 아내 패트리샤는 말한다. 첫 데이트 때 당신은 그저 달이 예쁘다는 말만 했다고, 그 말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었음을 안다고. 콜린스는 패트리샤에게 답한다. 태양처럼 뽐내지도 않고, 별처럼 반짝이다 사라지지도 않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달이 되어주겠다고.


가정에서 진솔한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인 콜린스는 직장에서도 훌륭한 동료다.


아폴로 11호 임무 당시 달 착륙선 '이글'을 타고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비행사는 두 명, 암스트롱과 올드린이었다. 셋 중 유일하게 콜린스만 달 표면을 밟지 못했다. 그는 사령선 '컬럼비아' 조종사로서 이글의 귀환·도킹을 책임졌다. 극에서 콜린스는 사령관 암스트롱의 아폴로 11호 탑승 제안을 받고 매우 기뻐하지만 곧 자신이 사령선 조종사임을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잠시 후 콜린스는 암스트롱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료들이 달 표면을 탐사하는 동안 콜린스는 컬럼비아를 조종하며 달 궤도를 돌았다. 그리고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다. 콜린스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동료를 빛내주기 위해 자신이 어둠으로 들어가는 남자다. 실제 2021년 향년 90세로 타계한 콜린스는 책임감 강하고,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 동료들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비하인드 더 문의 김한솔 작가는 애초 5인극으로 초고를 썼다가 콜린스에 집중하기 위해 1인극으로 고쳤다고 말했다. 덕분에 콜린스의 다양한 인간적인 매력이 부각되고, 극도 다채로운 색깔과 풍부한 결을 갖춘 작품으로 탄생했다. 패트리샤와의 이야기에서는 달달한 멜로 드라마가,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장면에서는 휴먼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콜린스 역으로 열연한다. 비하인드 더 문은 오는 2월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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