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의 연장선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현재 파리는 한국 문화에 대해 호감 단계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한국 마니아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한류를 이끄는 분야는 K콘텐츠와 K팝 등 대중문화다. 소비의 중심은 10~20대 젊은 세대로, 이들의 관심은 부모 세대와 가족 단위로 확산하는 구조다. '딸에서 부모로, 다시 가족 전체로' 이어지는 상향식 전파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소비자들의 한국 식품과 뷰티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프랑스 내 한국 음식점 수는 과거 약 100곳 수준에서 현재 400곳 이상으로 늘었고, K뷰티 브랜드들은 파리 주요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오설록, 정관장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선물용 수요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이 전 원장은 현재의 K-열풍이 30년전 프랑스를 휩쓴 일본문화 붐과 유사하다고 봤다. 이 전 원장은 프랑스 유학시절인 1980년대 '드래곤볼'과 '포켓몬'으로 시작된 일본 문화가 스시와 망가 문화로 확장되며 당시 10~20대(현재 40~60대)를 매료시키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30년 전 일본 문화의 인기를 지켜보며 부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금은 한국 문화가 그때의 일본과 비슷한 강도로 프랑스 젊은 세대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파리 한국문화원은 하루 최대 1000명이 찾는 공간으로, 초·중·고등학교 단체 방문은 물론 프랑스 최고 명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장소'로 꼽히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관심이 한국 브랜드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이 전 원장은 "프랑스 시장은 단기 성과를 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만 듣고 제품이나 브랜드만 들고 들어오면 오래가기 어렵다"며 "프랑스 소비자들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왜 이 브랜드가 여기에 존재하는지를 보기 때문에 브랜드가 문화의 일부로 이해될 때 비로소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짚었다.
K브랜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선 현지 사회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이해하고, 그 문화적 맥락 안에서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전시, 공연, 체험형 콘텐츠 등 일상 속 접점을 넓히는 방식을 제시하며 "일본은 200년에 걸쳐 문화가 축적되며 일상에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디지털 콘텐츠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그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교관, 문화계, 학계, 정치권 등 프랑스 엘리트층과의 네트워킹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엘리트층의 문화와 지식 담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회인 만큼, 인턴십과 학술 교류 등을 통해 '친한 엘리트층'을 꾸준히 육성하고 이들이 한국 문화와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정책·외교적 후견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랑스는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형성된 흐름은 독일·스페인·이탈리아를 넘어 중동까지 확산할 수 있다"며 "프랑스에서의 성공은 곧 유럽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스마트한 방식으로 프랑스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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